[연예의법칙] 정체가 뭐니? 애매하게 줄 타는 ‘위키드’

입력 2016-02-29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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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전국민 동심저격 뮤직쇼 ‘위키드’가 애매모호하게 줄을 타고 있다. 어린이가 출연하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이 아닌 일반 프로그램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니 어린이가 봐서는 안 되는 시간대에 방송돼도 무방하다. 또 출연하는 어린이 모두 어른들의 흥미를 끌만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위키드(WE KID)’는 ‘우리 모두 아이처럼 노래하라(WE sing like a KID)’의 준말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사랑하는 노래, 2016년판 ‘마법의 성’을 만드는 전국민 동심저격 뮤직쇼다. ‘슈퍼스타K’ 시즌 1~3와 ‘댄싱9’ 김용범 CP가 총 연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정상급 스타인 박보영, 타이거 JK, 유연석이 작곡가 윤일상, 유재환, 비지(Bizzy), 뛰어난 재능의 어린이들과 함께 어른과 어린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창작동요대전을 펼친다.

엠넷이 전국민을 사로잡을 순수한 동요를 만들어낸다는 데 솔깃했다. 그동안 엠넷은 악마의 편집으로 서바이벌의 잔혹함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2회까지 방영된 ‘위키드’는 선의의 경쟁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예선을 통과한 모든 어린이들이 박보영·유연석·타이거JK 선생님들의 지휘아래 ‘마법의 성’을 능가할 만한 국민 동요를 만드는 포맷부터 전형적인 엠넷표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그러나 ‘위키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교묘하다.

우선 편성 시간이 애매하다. ‘위키드’는 매주 목요일 밤 9시30분 방송된다. 문제는 밤 11시경 프로그램이 끝난 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동아닷컴에 “‘위키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동심을 일깨우고 동요의 순수함과 감동을 전달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온 가족이 함께 가장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시간대를 고려해 기존 엠넷 주요 프로그램 편성시간인 밤 11시가 아닌 가구 시청층의 프라임 시간인 밤 9시 시간대로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 시청층의 시청 패턴을 고려해 다양한 시간대에 재방송을 다수 편성했다. 본방송을 시청하지 못한 어린이 시청자들도 재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편성 시간에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엠넷 측이 어떤 기준으로 목요일 밤 9시대를 가구 시청층 프라임 시간으로 분석했는지 의문이며 엠넷 측의 말대로 가족 시청자 층을 고려했다면 오히려 주말 낮이나 이른 오후가 더 적절해 보인다.

또 ‘위키드’는 어린이들의 감성을 팔고 있다.

예선 통과 기준이 ‘사연 있는 어린이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화면에는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힙합, 뮤지컬, 영재, 작곡 등 개성 있는 끼를 지닌 출연진도 대부분이다. 사연 있고 끼 많은 어린이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어린이들이 처한 환경이 방송용으로 가공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연 있고 끼 많은 어린이의 동심은 철저하게 어른들의 눈요기로 전락해버렸고 ‘감성을 건드려봐’라는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엠넷표 창작동요제 ‘위키드’가 동심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지에 감춰진 어른들을 위한 선물이고 이에 상처받는 어린이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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