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열린 결말이 대세라지만 이건 열려도 지나치게 열어놓았다. 온갖 화제와 논란을 뿌린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결국 주인공 커플을 맺어주지 않고 끝을 맺었다.
1일 밤 방송된 tvN 금토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최종회에는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주인공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같은 변화에는 홍설(김고은)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이로 인해 유정(박해진)은 자신의 곁에 머물며 외로워 하고 마음 졸이는 홍설을 이해했고 아버지 유영수(손병호)를 보며 자신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대해왔는지 이해했다.
이후 유정은 차례 차례 주변을 정리했다. 의식을 잃은 홍설의 손을 잡고 "나는 왜 네가 이렇게 되고 나서야 내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았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고 자신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틀렸다는 걸 인정했다.


이에 그는 정신병동에 갇힌 인하(이성경)를 찾아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자"며 질긴 인연을 끊었고 인호(서강준)에게도 과거 그에게 주려고 했던 악보를 전달하며 묵은 감정을 해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자친구인 홍설과의 관계였다. 유정은 홍설이 깨어나는 순간 병원에서 사라져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나타나 이별을 통보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가 홍설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제대로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진 유정을 떠나보내고 홍설은 다시 직장에 들어가 또다른 관계 속에 허덕였다. 그 와중에 유정은 없었고 홍설이 보낸 이메일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전개된 마지막에는 홍설과 유정이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는 모습에 이어 확인조차 하지 않던 메일이 '읽지않음'에서 '읽음'으로 변화됐다. 유정이 다시 홍설의 곁으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암시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끝으로 두 달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분명 이 장면은 이들이 다시 인연을 맺을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여운보다 찜찜함을 남겼다.
그동안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유정의 감정선이 홍설의 사고로 요동치면서 마치 깨달음을 얻고 해탈한 듯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는 모습이나 모두가 평안한 일상을 찾은 가운데 홍설만 홀로 남겨진 모습도 여운 대신 답답함을 안겼다.
'치인트'는 방송 초기부터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전개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막힌 듯한 전개가 판을 치는 가운데 홀로 사이다 같은 청량한 전개가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종회 직전에 이르러 '치인트'는 지상파 드라마의 수법인 교통사고와 이별, 그리고 찜찜한 열린 결말로 이 서사를 덮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드라마는 이토록 올드해져버린 것일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tvN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