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 2의 사이버 망명 사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테러방지법의 통과로 국정원은 ‘테러 위험인물’로 간주하는 인물의 금융정보와 통신기록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정보수집권을 부여받았다.
이에 네티즌들이 사생활을 검열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외국산 SNS 서비스로 갈아타는 이른바 ‘제 2의 사이버 망명 사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지난달까지만 해도 순위권 밖이었던 러시아 메신저 ‘텔레그램ㄴ9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순위 17위,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제3자가 메시지를 몰래 엿보거나 각국 정부가 검열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이버 망명지’로 각광받고 있다.
텔레그램은 지난 2014년에도 “검찰에서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을 발족하고 카카오톡을 검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카오톡 대안 프로그램으로 거론된 바 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SNS 브콘닥테를 설립한 파벨 두로프가 만든 메신저다.
앞서 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는 지난 2월 ‘MWC 2016’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테러방지법’을 알고 있다”며 “이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테러리스트는 자신들의 정보 및 메시지를 전달하고, 유통할 수 있는 많은 통로를 갖고 있다”며 “테러방지법을 통한 도감청 확대는 한국 정부가 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애플사와 FBI 간의 잠금해제 논란에 대해서도 “애플이 FBI의 요구대로 아이폰의 암호화를 뚫는 백도어 프로그램을 만들면 수억명의 애플 이용자 정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애플이 굴복하면 경쟁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애플 앱스토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