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우완투수 한기주가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한기주는 1631일만의 1군 선발등판에서 4.2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윽박지르는 피칭 버리고 땅볼 유도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1631일만의 선발등판에서 완벽한 부활투를 선보였다. KIA 우완투수 한기주(29)가 자신의 쓰임새를 증명했다.
한기주는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4.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75개의 공을 던져 2안타 2볼넷을 내주고, 삼진은 2개를 잡았다. 선발 후보는 아니지만, 그의 쓰임새를 두고 고민 중인 코칭스태프를 향해 긴 이닝도 문제없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2군에서 선발로 던지기도 했지만, 1군 기준으로는 2011년 10월 4일 광주 SK전(2이닝 무실점) 이후 1631일만의 선발등판이었다. 선발답게 긴 이닝을 소화한 것은 2011년 9월 29일 잠실 두산전(5이닝 1실점)이 마지막이었다.
한기주는 75개의 공만으로 5회를 거의 다 채웠다. 과거의 시속 150km대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140km대 초반의 공으로도 kt 타자들을 손쉽게 상대해 나갔다. 완급조절을 깨우친 노련함이 느껴졌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 어깨 회전근 수술 이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구속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구속이 좀더 올라오면,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될 전망이이다.
이날은 직구 34개, 슬라이더 21개, 포크볼 18개, 커브 2개를 던졌다. 과거에 비해 느린 슬라이더나 포크볼 등을 장착하며 힘으로 윽박지르는 피칭에서 탈피했다. 주자를 내보낸 뒤에도 편안하게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이날 던진 75개의 공은 그의 쓰임새를 폭넓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한기주의 시범경기 등판계획에 대해 “투구수를 늘리는 건 던질 수 있는 데까지 던져보고 롱맨이 가능할지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경기 후에는 “144경기를 치르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다양한 준비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기주는 “지난해부터 2군에서 선발로 뛰어봤기 때문에 선발등판이 낯설진 않았다. 오늘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빠르게 승부하는 게 목표였다. 경기 초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수비의 도움으로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오늘 구위와 변화구, 경기운영 모두 만족할 만하다. 갈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보직은 어디든 자신 있고, 어디에서든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