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세대가 뜬다①] 돌아온 ‘영웅본색’·터보…1990년대를 깨우다

입력 2016-03-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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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X세대의 부활

지금 대중문화계에서는 2016년과 1990년대의 매력적인 ‘컬래버레이션’이 한창이다. TV에선 20여년 전 풍경이 펼쳐지고 음원차트에선 터보, 지누션 등 당대 인기그룹의 노래를 확인할 수 있다. 극장은 1990년대 흥행작이 ‘재개봉’이라는 타이틀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2∼3년에 한 번씩 유행하던 복고 아이템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1990년대에 20대를 보내고 이제 40대가 된 ‘C세대’가 소환한 문화적 흐름이다. 덕분에 대중문화 콘텐츠는 더욱 다양한 개성으로 풍성해지고 있다.

X세대의 개성…유효한 킬러 콘텐츠

지난해 가요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토토가’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기획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김건모, 엄정화, SES 등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가수들을 무대로 다시 불러들였다. 여파는 추억과 공감, 눈물로 이어지며 사그라들지 않았다. 터보와 지누션은 재결성했고, X세대를 상징하는 DJ DOC 등 20여 가수들은 함께 전국투어에 나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 신드롬 역시 X세대 시절을 떠올리는 C세대의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응팔’을 가장 많이 본 연령대도 40대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전국기준)가 ‘응팔’의 1회부터 10회까지 평균 시청률을 집계한 결과 연령별 분포도에서 40대 남성이 11.547%, 여성은 17.3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동시에 C세대가 선호한 드라마가 전 연령대를 사로잡은 ‘킬러콘텐츠’로 통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그 힘으로 ‘응팔’은 케이블채널 사상 최고 시청률(19.6%)을 기록했다.


● X세대의 부활…‘시장환경’까지 바꾼다

극장가는 재개봉 영화를 하나의 ‘장르’로까지 구분하는 분위기다. 최근 3∼4년 사이 본격화한 과거 영화의 재개봉은 올해 더욱 속도를 내면서 3월에만 ‘영웅본색’, ‘무간도’, ‘성월동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확실한 구매층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영웅본색’을 비롯해 ‘러브레터’, ‘레옹’ 등을 수입·배급한 조이앤시네마 윤수비 과장은 “재개봉 영화를 확정하고 개봉 시기를 조율할 때 40대 관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결국 재개봉 영화를 즐기는 40대가 젊은 관객층까지 끌어들이는 통로인 셈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20∼30대 관객에게 재개봉 영화는 40대 혹은 그 이상 연령대 관객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 실체를 모르던 작품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 열기는 이어진다. C세대가 과거에 즐긴 ‘그랑블루’, ‘지옥의 묵시록’도 재개봉한다.

X세대의 개성, C세대로 이어지는 이유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의 유행은 주요 소비층의 개성에 따라 좌우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즐긴 X세대가 그 취향을 바꾸지 않은 채 ‘구매력’을 지닌 40대로 성장한 것에 주목한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의 40대는 젊게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육아 스트레스에서도 어느 정도 해방된 세대”라며 “경제력까지 갖추면서 과거 젊은 시절 즐긴 대중문화 콘텐츠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누리려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X세대가 발굴한 대중문화 스타 역시 20년 동안 C세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다. 가수 김동률과 이적이 대표적이다. X세대 열풍이 정점이던 1994년과 1995년 나란히 데뷔한 이들은 지금도 전국투어 공연을 전 회 매진시키는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소속사 뮤직팜 강태규 이사는 “데뷔 때부터 함께해 온 팬들 가운데 40대가 된 관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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