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V리그 판도 바꾼 최태웅 감독의 ‘업템포 배구’

입력 2016-03-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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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가운데). 스포츠동아DB

스피드 UP…V리그 새 트렌드 유도
남자부 퀵오픈 비율 22% 사상최대
젊은사령탑 새 전술로 더 흥미진진


지난해 10월 10일 개막했던 ‘NH농협 2015∼2016 V리그’가 마침내 대장정을 마쳤다. 12번째 시즌은 V리그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처럼 ‘버라이어티’했다. 남자부 OK저축은행과 여자부 현대건설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번 시즌의 화두는 젊은 사령탑이 추구하는 새로운 배구였다. 한 단어로 압축하면 스피드였다.


● 현대캐피탈, 스피드와 중앙의 가치를 확인시키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시도한 ‘업템포 1.0 배구’는 이번 시즌 남자배구에 새로운 트렌드를 유도했다. 여러 팀에서 벤치마킹했다. 최 감독은 높이를 최고의 가치로 믿던 V리그에서 스피드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승패의 관건으로 여겼던 서브리시브도 재고하게 만들었다.

장신의 외국인선수에게 높이 올려 상대 블로커 위에서 내리꽂는 공격의 효율성은 삼성화재의 7연속 우승을 통해 입증했다. 다른 팀들은 새로운 배구를 찾기보다는 손쉽게 그 성공사례를 따라했다. 삼성화재를 빼고 모두가 실패한 이유였다.

V리그를 지배해온 패러다임을 처음 깬 사람은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었다. 센터와 라이트 겸용 공격수를 통해 중앙과 빠른 공격의 활용도를 높였다. 이번 시즌 최태웅 감독은 4명의 공격수가 동시에 4개의 공격 옵션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전술을 시도했다. 현대캐피탈은 공격수들이 약속한 패턴대로 움직인다면, 서브리시브가 30% 대에 머물러도 다양한 공격으로 블로킹을 뚫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상대 블로커가 자리를 잡기 전에 먼저 공격을 끝낼 수만 있다면, 낮은 타점의 공격도 성공 확률이 높았다.

현대캐피탈이 주도한 이 같은 변화는 2015∼2016시즌 유형별 공격 비율에서 확인됐다. 남자부는 7개 구단 전체 공격 가운데 오픈공격 비율이 32% 로 떨어졌다. 이전 시즌보다 6% 하락했다. 그 대신 퀵오픈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22%로 종전 시즌보다 7% 증가했다. 이 차이가 스피드의 효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 새 외국인선수제도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현대건설의 우승

여자부 챔피언 현대건설은 외국인선수의 트라이아웃 선발을 가장 반대했지만, 최고의 수혜자가 됐다. 수비가 튼실한 레프트 에밀리를 영입해 팀의 문제점이었던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안정시킨 덕을 봤다.

최태웅 감독의 한양대 동기인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팀의 장점인 높이를 바탕으로 모든 선수들이 공격을 분담하는 ‘토털 배구’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전반기 빠르고 낮은 분배를 이용해 공격했고, ‘봄 배구’ 때는 종전보다 공 2∼3개 정도 높이는 변화로 우승을 차지했다. 외국인선수의 결정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욱 감독들의 다양한 전술변화능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여자부에선 트라이아웃 도입의 영향이 백어택 감소현상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외국인선수의 전유물이었던 백어택은 지난 시즌 21%에서 이번 시즌 13%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 대신 퀵오픈은 14%에서 19%로 상승했다. 여자배구 역시 스피드가 관건이었다.

남녀부 공통으로 나타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센터의 역할 증가다. 블로킹의 효능이 더 커졌다. 중앙과 공중전에서의 우위는 유효블로킹에 이은 반격으로 2득점의 효과를 냈다. 또 센터가 제2의 세터 역할을 이전보다 훨씬 많이 했다.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은 많은 훈련을 통해 이런 변화를 실전에서 가장 잘 보여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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