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엔블루,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지독하고 지긋지긋하게 '아이돌 밴드' 프레임에 갇혀 공격받아야 했던 씨엔블루지만, 이들은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은 결국 음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걸 묵묵히 실천해온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실제 처음으로 자신들의 자작곡을 타이틀로 내놓은 'Re:BLUE' 앨범을 시작으로 씨엔블루는 밴드로서의 정체성과 음악적 노선을 확실하게 제시했고, 이후 'Can`t Stop'과 '2gether'를 통해 어느 밴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신작 'BLUEMING' 역시 '밴드 씨엔블루'의 시그니처 사운드라고 할 수 있는 음악들이 듬뿍 담긴 앨범이다. 타이틀 '이렇게 예뻤나'는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내는 씨엔블루 전매특허의 스타일을 들려주며, 'THE SEASONS'은 이종현이 자작곡을 통해 꾸준히 들려주고 있는 어쿠스틱 넘버이다.
또 이번 앨범에는 베이시스트 이정신이 처음 작곡에 도전한 'WITHOUT YOU'도 함께 수록돼 듣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BLUEMING'에 대해 정용화는 "이번 앨범은 ('2gether'의 타이틀곡)'신데렐라' 이후 금방 나오려고 그때부터 준비한 앨범이다. '이렇게 예뻤나'는 '신데렐라' 만들 때 나왔던 노래다. 그때 분위기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예뻤나'는 브라스 세션이 강조되면서 더욱 봄에 어울리는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 또 이런 특징으로 인해 데이브레이크의 노래를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씨엔블루 정용화,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이에 정용화는 "아마 브라스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 듯하다"라고 말했고, 이종현도 "(데이브레이크)"네가 있어 좋다~'하는 후렴구나 '이렇게 예뻤나~'하는 후렴구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용화는 "그리고 데이브레이크 노래가 다 좋다"라고 말해 은근히 자신들의 노래도 좋다는 걸 어필하며 웃었다.
앞서 말했듯이 씨엔블루는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Re:BLUE'를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제 씨엔블루가 '외톨이야'같은 스타일의 노래를 발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용화는 "설령 지금 '외톨이야'를 만들어도 그때만큼의 사랑은 못 받을 거 같다. 그때는 운도 좋고 시기도 좋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자작곡을 하고 있다. 그때는 회사가 원하는 콘셉트가 강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색이 강하다"라고 지금이 진정 씨엔블루의 음악색임을 강조했다.
사실 밴드라고 해서 반드시 자작곡만 해야하는 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유명 밴드들이 외부 작곡가와 함께 작업을 해 히트를 한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씨엔블루는 유난히 자작곡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물론 그 이유는 씨엔블루의 팬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정용화는 "일단 자작곡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해야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의 음악 색깔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고 느낀 거다. 사실 (곡을)받을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자작곡을 해왔던 게 그냥 물거품이 될까봐 그게 너무 싫다. 어차피 자작곡의 길로 갔으니까 이걸로 더 뛰어넘어야 하는게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왕 시작한 거 더 잘하고 싶고 잘 되고 싶다. 모두가 원한다면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종현은 "활동하고 7년째 '외톨이 아저씨'인데 우리 힘으로 한 번은 큰 사랑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 번은 도약이 필요한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정용화는 "물론 지금도 사랑받지 않는 건 아니다. 지금도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욕심과 기대치를 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씨엔블루 음악은 나올 때마다 좋다'라는 얘기가 너무 좋다. 만약 곡을 받아서 발표했는데, 지금과 비슷하다면, 굳이 그럴 이유가 있는 지도 의문이다"라고 자작곡을 고집하는 이유를 밝혔다.

씨엔블루 이종현,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그렇다고 꼭 어깨에 힘을 잔뜩 집어넣고 대작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건 아니다. 정용화는 "예전에는 타이틀을 써야겠다 하는 강박이 심했지만, 이번에는 타이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타이틀곡이라고하면 꼭 묵직한 이별노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좀 더 가볍게 가려한다"라고 조금은 달라진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자작곡과 관련해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정신의 자작곡이 처음으로 국내 앨범에 수록됐다는 것이다.
이정신은 "일본 앨범에는 자작곡을 수록한 적이 있는데, 국내 앨범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애절한 락 발라드를 써보고 싶었다. 내가 늘 곡을 써서 수록하는 멤버가 아니라 나에겐 더 의미가 있고 형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씨엔블루를 몇년간 하면서 곡들을 뽑고 사랑을 받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느끼게 됐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내가 원래 음치, 박치였다. 그런걸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서 이겨냈고, 이제는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뿌듯함도 느끼고 있다. 다음 앨범에 내 곡을 실릴 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반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농담삼아 밴드의 리듬과 박자를 조율하는 베이시스트가 박치인 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니냐고 묻자 이정신은 "예전 일이다. 지금은 장난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종현 역시 "정신이의 장점은 농땡이가 없다. 뭔가를 '고쳐와'라고 하면, 무리하게 요구를 해도 다 고쳐온다. 지금은 정말 장난 아니다"라고 이정신의 '장난 아닌' 실력을 증언했다.
두루뭉술하게 '씨엔블루의 색'이라고 했지만, 정확히 씨엔블루의 음악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용화는 "디스코풍이 네 명 품 안에서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씨엔블루 이정신,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이어 "그 포맷 안에서 변화를 주고 있는 거다. 리듬 자체는 비슷하다. 'I'm Sorry'부터 타이틀을 쓰기 시작했는데 리듬은 비슷하고, 그 안에서 여러 스타일로 바꾸기 시작했다. 취향자체가 헤비한 걸 잘 못하고, 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거의 이 안에서 바뀔 거 같다"라고 명확하게 자신들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다만 그 뒤를 이어 "예를 들어 아몬드 봉봉 같은 느낌, 슈팅스타 이런 것들 사이에서도 꾸준하게 먹을 수 있는 자극적이지 않는 느낌, 다양한 아이스크림 사이에 자극적이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꼭 하나 쯤은 있어야하는 그런 느낌이다"라고 오히려 이해하기 힘든 비유를 들어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씨엔블루는 언더그라운드나 인디 시장이 아닌 메이저 시장에서 활동을 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지, 여느 밴드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또 꼭 자작곡뿐만이 아니더라도 밴드로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쓰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례로 강민혁은 최근 운동에 심취한 이유를 묻자 "몸집이 왜소해서 콤플렉스가 있었다. 운동을 하니 기분도 좋고 스트레스도 풀려서 많이 했었다"라며 "또 처음에 '너무 말라서 드럼을 치겠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드럼은 힘이 아니라 정교함이라고 생각하는 건 변함이 없다. 그런데 힘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데 (체구와 같이)보이는 것 때문에 그렇게 보기도 하더라. 힘이 느껴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더 나은 무대를 위해 몸집까지 키우는 열정을 보여 주기도 했다.
다만 강민혁은 "그렇다고 웃옷을 벗고 드럼을 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노출 드러밍은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긴 했지만 말이다.
(여담으로 정용화는 그냥 근육질보다 '미국 보안관 몸'을 만드는 게 자신의 꿈이라고 밝혔다. 또 그때를 대비해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 재킷까지 구매했다고 한다)

씨엔블루 강민혁,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사실 말이 좋아 메이저 밴드이지, 국내에서 메이저 시장에서 활동하는 밴드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메이저 밴드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씨엔블루는 오히려 그 가치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정용화는 "많이 없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한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벼텨왔다는 것도 대단하다. 지금 여기서 좀 더 자리를 잡고 버텨야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우리는 사실 라이벌이 없다. (메이저 시장에서 활동하는)밴드들은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동료이다. 후배가 나오면 후배들에게 정말 잘해줄 거다. 후배들이 잘되기 위해 서포트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JYP엔터테인먼트의 데이식스를 언급하며 "데이식스가 처음 나올 때 콘셉트도 확실하고 잘하더라. 그런 밴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직 대중화된 밴드가 다양하게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메이저 밴드가 많이 나와야 시선이 넓어질 거 같다"라고 더많은 젊은 밴드들의 등장을 기원했다.
강민혁과 이종현은 "메이저 밴드로 데뷔해 활동하면서 편견을 갖고 보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많은 밴드들이 살아남아 다른 장르의 음악을 보여주면 좋겠다. 엔플라잉도 잘 됐으면 좋겠고, 대기실에서 만나면 같이 연주도 하고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씨엔블루의 꿈은 데뷔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빌보드 1위이다.
정용화와 강민혁은 "빌보드 1위는 여전히 꿈이다. 수상소감도 준비했다. 두 가지 타입이있는데, 하나는 영어와 한국말로 쫙 소감을 말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락스타처럼 '꿈이었는데 이뤘네요 쌩큐'라고 시크하게 말하고 내려오는 걸 준비했다"라며 "말로 표현을 안 할뿐이지 죽기 전에 해보고 싶다"라고 여전히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밴드임을 알렸다.
그리고 씨엔블루는 조금씩 조금씩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정용화는 "너무 잘 될 때는 아이돌로 보는 사람이 많았고, 지금 우리가 고집했던 자작곡을 하고 색깔을 드러내다 보니까 (음악적으로) 돌아보는 분들이 많아진 거 같다. 마니아적으로 가거나 상업적으로 가는 것 모두 장단점이 있는 거 같다. 그런 마니아적인 분들도 인정해주고 대중도 인정하는 공통분모를 찾는 게 진짜 힘들지만 내 최종 목표는 양쪽 다 잘 되는 거다"라고 흥행과 평가 모두를 잡고 빌보드 1위의 자리에 서는 씨엔블루가 될 것을 다짐했다.

씨엔블루,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