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련 단체들의 불참 선언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1일 열린 영화제 개막식. 동아닷컴DB
범 영화인 비대위, 보이콧 초강수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침해에 맞선 영화관련 단체들이 보이콧을 공식 선언하면서 영화제의 파행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프로듀서조합 등 영화관련 9개 단체로 이뤄진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0월6일 개막하는 올해 영화제에 전면 불참한다”고 18일 밝혔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비대위의 요구에 부산시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갈등만 증폭되자 내린 결정이다.
이로써 21회를 맞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는 불투명하게 됐다. 비대위에는 거의 모든 국내 제작자와 감독 등 영화인들이 속해 있다. 이들이 영화 출품은 물론이고 참여까지 거부하면서 영화제가 예년 수준으로 진행될 가능성 역시 희박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18일 “올해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부산시가 이번 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회의 테이블에 나오는지가 사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비대위가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보이콧을 최종 선언한 배경은 1년 넘도록 입장을 바꾸지 않는 부산시의 강경한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정치권의 외압 논란이 촉발된 이후 지난해 초 결성된 비대위는 1년 여 동안 부산시를 향해 영화제의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3월21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제 자율성 및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 ‘신규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철회’, ‘영화제 훼손 등 일련의 잘못에 대한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14일 부산지법은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낸 ‘신규 자문위원 위촉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부산시는 사실상 비대위의 요구를 거부했다. 현재 부산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내놓은 영화제 조직위원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영화계와 교감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의 이번 보이콧 결정은 각 단체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1일부터 일주일 동안 SNS와 전화통화를 통해 진행한 투표에는 각 단체회원 과반수가 응했고, 응답자 가운데 90%가 보이콧에 찬성했다. 영화인들이 합심해 단체활동에 나서기는 2006년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운동 이후 10년 만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