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①]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누가 히어로들을 싸움붙이나

입력 2016-04-21 19:2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같이 정의의 힘을 모아 공공의 적을 무찌르는 단순한 기승전결 시대는 갔다. 이제는 영웅들끼리도 내분을 겪는 게 트렌드가 된 것 같다. 히어로 범람 시대가 도래하니 사공도 많아지고 갈등의 수준은 복잡해졌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용호상박’ 히어로들이 대치하는 상황만큼 매력적인 전개도 없다. 전쟁의 끝을 예측할 수 없기에 관객들의 심장을 더욱 쫄깃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어제의 피를 나눈 형제가 오늘의 적이 되는 데에든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명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월 24일 개봉한 DC의 야심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런 면에서 실패한 영화였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정의의 두 영웅 배트맨과 슈퍼맨이 맞붙는 이유를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배트맨은 슈퍼맨을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언젠가는’ 타락할 존재라 여기고 그를 처단하려 했다. 슈퍼맨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트맨과 원치 않는 싸움을 시작했다. 소통의 부재가 낳은 촌극이었다. 이 지경까지 가기에는 두 사람이 영웅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이 바탕으로 깔려 있었지만 정작 완성된 영화는 이를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치고받으며 싸우던 두 사람이 각성하고 오해가 풀리는 장면은 더 불친절했다. 이 장면을 두고 누리꾼들은 “느그 엄마 마사가! 우리 엄마도 마사다!” “엄마 이름이 똑같은건 알겠는데 왜 그러는 거지”라고 조롱하거나 황당해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아래).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아래).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반면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캡틴 아메리카3’)는 영리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이제 겨우 히어로 잔치의 초석을 다진 DC와 달리 마블은 착실히 쌓아온 금자탑이 있지 않은가.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충돌은 이미 ‘어벤져스2’부터 예고됐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구를 향한 캡틴 아메리카의 불신과 수차례 대전 이후 겪어온 아이언맨의 죄책감은 ‘어벤져스2’보다 앞선 각자의 단독 무비에서부터 줄곧 다뤄졌다.

불신과 죄책감. 두 히어로 각자의 뿌리 깊은 내적 갈등과 신념은 이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외부적인 요인을 만나면서 터졌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힘을 합쳐 전 세계를 구했던 어벤져스 멤버들이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놓고 대립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극 중 소코비아 평화협정에 찬성한 세계 각국은 ‘슈퍼히어로 등록제’라는 갈등의 원인을 10명을 뛰어넘는 히어로들에게 투척했다. ‘슈퍼히어로 등록제’에 찬성하고 국제연합(UN) 산하기구 아래서 활동하지 않을 히어로는 ‘은퇴하라’는 강압적인 통제인 것.

이에 아이언맨은 “우리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캡틴 아메리카는 “타인이나 기구가 아닌 우리 스스로 책임질 문제”라고 반박한다. 히어로들은 통제의 주체성과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펼친다. 그리고 결국 서로의 그릇된 계획을 막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곁가지로 윈터 솔져를 향한 캡틴 아메리카의 눈물겨운 우정과 극 말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거센 대충돌 또한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뿐만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비롯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비전, 스칼렛 위치, 워 머신, 팔콘, 윈터 솔져, 앤트맨, 블랙 팬서 그리고 스파이더맨까지 역대 최다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데도 각자 관객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서로 이해관계가 잘 짜인 벌집 같이 촘촘했다. 갈등 증폭의 원인을 애초부터 제3자로 돌린 지점이 매우 현명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3단계의 ‘서막’이 되는 작품으로 꼽히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이 영화가 개봉하면 마블에 대한 국내 관객의 충성적인 신뢰가 한층 더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할 경쟁작들도 라인업에서 빠졌으니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2’에 이어 또 한 번 흥행 돌풍을 기대해 볼만 하겠다.

147분의 러닝타임도 짧게 느껴지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는 12세 관람가로 4월 2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엔딩 크레딧 초반 짧고 굵게 1편 나온다. ‘이게 끝은 아닐 거야’라고 싶어도 더 이상 없다는 게 함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