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송중기 이어 이제훈…‘탐정 홍길동’ 조성희 판타지 어게인

입력 2016-04-27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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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의 마술 같은 판타지가 5월 4일 다시 시작된다. ‘늑대소년’ 송중기에 이어 그의 무대에 새롭게 선 파트너는 이제훈. 조성희 감독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는 이번에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의 전작 ‘늑대소년’은 1960년대 후반 강원도의 한 산골을 배경으로 했다. 실험을 통해 생긴 늑대소년이 한 소녀와 만나게 되면서 겪는 판타지적인 사랑을 담았다. 체온 46도에 혈액형도 판독 불가한 늑대소년이라는 주인공 자체부터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성희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늑대와 소년 두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한 송중기의 열연에 힘입어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후 ‘늑대소년’은 감독판까지 개봉해 그 인기를 실감케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흥미롭게도 이번 ‘탐정 홍길동’ 또한 강원도의 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했다. 다만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늑대소년’이 판타지 멜로였다면 ‘탐정 홍길동’은 판타지 수사물. 탐정 홍길동이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단 하나의 사건을 추적하던 중 베일에 싸인 거대 조직 광은회의 실체를 마주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평범한 판타지 영화들은 그럴싸한 설득력을 얻기 위해 현실성을 추구하곤 한다. 하지만 조성희 감독은 리얼리티 위주의 연출을 배제하고 표현주의적 연출을 택했다. A부터 Z까지 비현실로 가득 찬 이 작품에는 ‘늑대소년’ 못지않게 독특한 캐릭터들이 총집합했다. 어릴 적 사고로 인해 해마가 손상돼 두려움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홍길동을 비롯해 활빈 재단의 상속자이자 소유주 게다가 돈 미모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황회장, 여기에 거대 검은 조직의 실세이자 헐크처럼 사람을 내팽개치는 괴력의 사나이 강성일까지. 마치 만화 속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다.

영화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은 더 판타지적이다. 모티브는 홍길동전에서 가져왔고 이야기는 강원도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지만 전통적이지는 않다. 익명의 도시와 장소로 표현됐고 시대도 명확하게 가늠되지 않는다.

조성희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의 배경을 1980년대 초반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미술과 의상 등은 당시와 거리가 멀다. 시대적으로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관객에게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체험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탐정 홍길동’의 비주얼은 한국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코트를 입고 페도라를 쓰는 주인공과 빛과 그림자, 안개 등의 요소에서 클래식 누아르 필름의 느낌도 준다. 이 오묘한 조합에서 오는 시각적인 재미가 확실히 있다. 또한 CG를 십분 활용한 작품답게 ‘비주얼 깡패’ 영화라는 말이 잘 어울릴 듯 하다. 총기 반입이 안 되는 이 나라에서 보여주는 ‘탐정 홍길동’의 시원(?)한 총격전도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안긴다.


다만 이 ‘평범하지 않은’ 판타지 영화가 모든 관객들에게 통할 것 같지는 않다. 전형적인 연출을 탈피한 만큼 실험적이고 이는 관객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캐릭터인 동이&말순 자매 가운데 동생 말순을 맡은 김하나의 연기력 또한 아쉬움이 크다. 조성희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김하나는 촬영 경험도 연기 경력도 전무한 신인 아역 배우다. 대사는 그런대로 맛깔스럽게 하지만 어투와 시선처리에서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다. 감초 같은 캐릭터에서 끝내는 게 나았다. “귀엽다”는 매력만으로 포장하기에는 말순이 극 전체에 관여하는 정도가 너무나 크고 막중한 게 함정이다.


영화 측은 한주 먼저 개봉한 경쟁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의식한 건지 아니면 고전 영웅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인지 ‘한국형 히어로물’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탐정 홍길동’을 ‘한국형 히어로’의 탄생작이라고 정의하기 상당히 애매하다. 홍길동이라는 이름만 가져왔을 뿐 한국적이지도 않고 히어로의 등장은 더더욱 아니다. 차라리 고기능 소시오패스가 주인공인 英 드라마 ‘셜록’이나 전혀 선하지 않은 슈퍼 악당들이 나오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표방하면 모를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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