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방송된 MBC '무한도전‘ 형광팬 특집에 등장한 한 출연자는 “’무도‘에 대해 바라는 점을 말해달라”는 말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하하가 유재석 씨 노비 생활을 10년 동안 했다. 조선 시대에도 이 정도면 문서를 찢어준다”고.
비록 당시 방송에서 하하는 박장대소 하며 “네 말이 더 기분 나쁘다”며 웃어 넘겼지만 이 말은 어쩌면 유재석에 대한 하하의 헌신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이 일반인 출연자의 말처럼 하하가 유재석의 노비 생활(?)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방송을 살펴보면 그가 유재석의 단순한 동료가 아닌 콤비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확실하다. ‘무도’에서의 친분을 바탕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유재석을 보좌하는 하하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그의 역할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시점은 물론 노홍철, 길, 정형돈 등 기존 멤버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무도’에서 물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캐릭터쇼로 분류되는 ‘무도’에서 세 멤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하하가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됐다.
이후 하하는 ‘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정준하를 Mnet '쇼미더머니‘에 내보내거나 슬럼프에 빠진 박명수를 향해 “댓글 좀 보라”고 핀잔을 주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무도‘만의 색깔을 유지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런 하하의 방식은 유재석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그는 최근 방송된 ‘토토가2 젝스키스’ 편에서 이재진의 엉뚱함에 당혹해 하는 유재석의 승모근을 주물러 주며 웃음 포인트로 만들기도 하고 ‘슈가맨’에 나타나 “게스트로서 대우해 달라”고 유재석을 헛웃음 짓게 만들기도 한다.
하하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이런 모습은 유재석 본인의 니즈(needs)와도 맞아떨어진다. 종합편성채널까지 진출해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자 하는 유재석이 하하와 만나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한 방송 관계자는 이 같은 하하의 활약에 “유재석에게 김구라나 박명수 같은 캐릭터는 자제 시켜야 하는 대상이지만 하하는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그의 다른 면을 편하게 펼쳐놓을 수 있는 상대”라며 “또 하하 역시 이런 유재석의 모습을 잘 알기 때문에 시청자가 낯설어 하지 않도록 적절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분명히 죽이 잘 맞는 콤비”라고 말했다.
한때 ‘무한재석교’의 신자를 자처하고 간신(?) 소리까지 들었던 하하는 이제 유재석의 행보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성장했다. 서로 눈빛만 봐도 속내를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자 친한 형-동생 이상의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본인의 실력으로 노비문서(?)를 찢고 사업 파트너로 성장한 하하, 그는 우리가 몰랐던 유재석의 또다른 면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