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최근 몇년간 그룹 안팎에 쌓인 현안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조양호 위원장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등 긴급한 그룹 내 현안을 수습하기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고자 조직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양호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오른 뒤 1년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조 회장은 2009년 ‘삼수’에 도전했던 강원도 평창 동계월드컵 유치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아 22개월 동안 34차례에 걸쳐 외국으로 출장을 다녔으며, 2010년 6월 김진선 공동위원장의 퇴임 후에는 단독 위원장으로 활약해 2011년 7월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이 과정에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직접 발표를 하기 위한 개인 스피치 과외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2012년부터 대한체육회 부회장직을 맡아온 조 회장은 2014년 7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 공석이 되자 평창 올림픽 유치에 공로를 인정받아 새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이 같은 열의를 보였던 조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진그룹을 둘러싸고 잇따라 터진 악재들이다.
지난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한 오너리스크에 최근 한진해운의 위기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 회장은 “그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정부, 강원도 등 관계기관, IOC, 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대한스키협회·대한빙상경기연맹 등 유관 단체와 협회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그룹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 모든 임직원과 하나의 팀이 돼 혼신의 힘을 다했다”면서 “본격적 대회 운영 준비를 위한 기틀을 다졌다고 자부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믿고 열심히 따라준 조직위원회 모든 임직원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위원장과 함께 흔들림 없이 올림픽 준비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회장의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647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조직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대회준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