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우수급 승급 정준기 “장인어른 뛰어넘겠다”

입력 2016-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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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드롬의 로맨티스트’ 정진기 선수가 아내 김인숙 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진기 선수의 아내는 경륜 2기 김재인 씨의 딸이다. 정 선수는 “50세에 은퇴하신 장인어른을 뛰어 넘는 노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정진기

경륜훈련원에서 장인어른과 인연
로맨티스트 정준기 경기땐 돌격대
“대시 능력·파워 보강해 입상 노려”


17년차 고참 정준기(39·7기)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08, 2010, 2011년 팬심으로 뽑아준 ‘별들의 전쟁’ 네티즌배 선발급에서 3연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에 받아든 성적표는 ‘과거의 영광’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데뷔 초 우수급에서 출발했지만 우수급과 선발급을 오가는 ‘떠돌이’다. 올 시즌에는 강급까지 당해 선발급으로 밀려났다. 물론 지난달 특별승급으로 우수급에 복귀하긴 했지만. 정준기가 다시 독기를 품었다.


● 대시 능력-파워 보강…“승부타이밍만 맞으면 입상 자신”

“선발급에서 경주 나설 때마다 입상후보라 부담이 됐다. 특별승급으로 우수급에 복귀해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우수급에서 성적이 저조하지 않기 위해 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실이다. 선행젖히기 승부를 하고 싶은데 승부타이밍이 문제일 듯싶다.”

세상에 만만하게 어디 있으랴. 땀을 흘린 만큼 만만하게 보일 터. 그래서 그는 훈련의 강도를 높여 대시 능력과 파워를 보강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승부타이밍만 맞는다면 입상권은 자신 있다. 간간이 내선 마크 전환도 고민을 하고 있는데 몸싸움이 부담되지만 더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자신했다.

정준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교내 사이클부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체육선생님 추천으로 사이클 명문 의정부중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의정부공고, 의정부시청 선수생활을 거쳐 병역을 마쳤는데 여전히 진로가 고민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져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경륜훈련원 입학을 결심했다. 형이 붕어빵 장사를 하면서 준 하루 용돈 5000원이 전부였던 시절 경륜훈련원 입학을 열심히 준비했다. 그 결과 7기에 합격했고 졸업을 했다.

“오태걸과의 동시 결승선 통과해 공동 우승 잊지 못하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로 2014년 2월23일 열린 오태걸과의 동시 우승경기를 꼽았다. “대상경주 선발급 결승이었는데 오태걸 선수와 함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들어와 공동 우승을 했다. 그 전 2013년 7월12일 광명 우수급에서 내가 대각선 주행 실격을 받았다. 함께 경주한 오태걸 선수의 낙차 부상 원인을 제공해 늘 미안했다. 그런 오태걸 선수와 함께 우승을 하면서 나름 기뻤다.”

정준기의 훈련법은 독특하다. 팀 훈련 외 개인 등판 오토바이 훈련을 하고 있다. 안장에 앉아 기어배수를 낮게 해서 100m 짧은 인터벌을 하고 있다. 실전 못지않은 경주감각을 찾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경륜 대선배 딸을 아내로…“장인어른 뛰어 넘는 노장 되겠다”

정준기의 러브스토리는 벨로드롬계에선 다 알려진 비밀이다. 러브스토리를 묻자 “아내(김인숙·34세)는 은퇴하신 김재인(2기, 55세, 현재 경기 고양시 덕이동 ‘페달바이크’ 대표)선수의 딸이다. 당시 스승이자 대선배였던 장인의 집에서 경륜훈련원 준비를 했었다. 그때 아내는 고등학생 3학년이었다. 마음속으로 연모했다. 이후 사회초년생이 되자 아내의 이모께서 연모하고 있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영화표 두 장을 주며 데이트를 권하셨다. 만남이 계기가 되어 장인 몰래 데이트를 했다. 그러나 둘 사이를 눈치 채신 장인께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 장인어른께서 ‘준기가 착실하고 성실하고 인물도 좋은데 당연하지 않냐!’라면서 무언의 지지를 보내며 둘 사이를 지켜봐 주셨고, 결국 장인어른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며 봇물 터지듯 내뱉었다.

‘벨로드롬의 책벌레’로 알려진 정준기는 책과 커피를 즐기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경기장에선 돌격대로 변한다. 경기장에서 후회 없이 달리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단기적으로 우수급에서 선행형 선수로 자리를 잡고 싶다. 장기적으로 힘이 들 수 있겠지만 50세에 은퇴하신 장인어른을 뛰어 넘는 노장이 되고 싶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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