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형 타자가 아닌 노력형 타자. NC 박석민은 독특한 타격폼으로 종종 장타를 날려 천재형 타자라는 소리를 듣지만 사실은 끝없는 노력으로 완성된 선수다. 스포츠동아DB
● 아픔 보완하기 위한 타격폼
박석민은 개인 통산 1000안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는 2004년 프로에 입단 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상무에 입단하며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2008년 삼성으로 돌아온 그는 팀의 주축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빠르게 안타수를 늘리면서 1000안타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그의 타격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재미있는 타격폼 때문이다. 타석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친다고 피겨스케이팅의 3회전반 점프의 명칭을 딴 ‘트리플악셀타법’을 비롯해 체크스윙으로 적시타를 치거나 도저히 칠 수 없을 것 같은 타격폼으로 홈런을 때려낸다. 그러나 그가 독특한 타법을 가지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방망이를 꽉 쥘 수 없게 되면서 자신만의 타격폼을 고안해낸 것이다. 아픔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 기록노트에 숨겨진 노력
박석민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그는 최근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시범경기부터 타율 4할의 맹타를 휘둘렀고, 개막 후 4월 10일 마산 한화전을 제외하고 15경기에서 매번 안타를 생산해냈지만 22일 문학 SK전부터 7경기에서 타율 0.086(23타수 2안타)으로 부진을 거듭했다. 특히 찬스마다 병살로 흐름을 끊어 고개를 숙여야했다. 다행히 1일 사직 롯데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를 쳐내며 부활을 알렸지만, 박석민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경기 후 “3안타를 쳤지만 방망이 감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한 시즌을 치르면서 정말 안 맞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박석민은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가장 첫 번째 하는 일은 연구다. 그는 타석이 끝날 때마다 기록노트를 쓴다. 결과를 떠나 상대투수의 구종, 대처법에서의 장단점 등 타석에서 느낀 점을 적어놓고 복기하는 용도다. 그는 “(노트는) 나만 쓰는 게 아니다”며 말을 아꼈지만, 부진 극복법으로 “경기에 나갈 때마다 기록하고 공부해서 좋은 페이스를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야구와 마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한 마디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