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술집에 모인 레스터시티 팬들이 3일(한국시간) 0-2로 뒤지던 첼시가 후반 13분 게리 케이힐의 만회골에 이어 후반 38분 에당 아자르의 추가골로 동점을 만들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토트넘 무승부에 레스터 팬들 환호
레스터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5∼2016시즌 우승으로 반전 드라마를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했다. 리그 2위 토트넘이 3일(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벌어진 3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첼시와 2-2로 비기면서 레스터시티는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시티의 사상 첫 1부리그 우승이다.
첼시전을 포함해 3경기를 남겨뒀던 토트넘으로선 반드시 첼시를 잡아야 우승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레스터시티가 남은 2경기서 모두 패하고, 토트넘이 3연승을 거두면 역전우승이 가능했다. 토트넘으로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말자고 선수단에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토트넘은 결국 다음 시즌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날 양 팀을 합쳐 무려 12장의 옐로카드가 나왔다. 그만큼 토트넘은 절박했고, 첼시도 홈 팬들 앞에서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았다. 옐로카드 12장 중 9장이 토트넘 선수들에게 주어졌고, 토트넘 주전 11명 가운데 8명이 경고를 받았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이번 런던 더비는 살벌한 전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모든 관심이 쏠린 곳은 바로 레스터시티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미리 취재진을 보내 레스터의 한 펍(pub·영국의 대중술집)에 모여 있는 팬들의 영상을 방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0-2로 뒤지던 첼시가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 레스터시티의 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펍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팬들은 환호하고,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팬들까지 있었다. 레스터시티 선수 출신으로 BBC ‘매치 오브 더 데이’를 진행하고 있는 게리 리네커(56)는 올 시즌 중반 “레스터시티가 우승하면 속옷만 입고 생방송을 진행하겠다”고 ‘우승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제 그가 약속을 지킬지 축구팬들 사이에선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강등을 겨우 면하고 지난해 4월만 해도 리그 최하위였던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많은 기록을 남겼고,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리야드 마레즈(25), 최고의 득점력으로 11경기연속골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제이미 바디(29), 수비의 중심 웨스 모건(32), 리그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25) 등 선수들이 스타로 거듭나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이 이끈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올 3월 레스터에서 만났을 때 일본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30)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뛰었는데,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오카자키 역시 레스터시티의 우승 주역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런던 | 허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