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림 교황묵주·김하늘 귀걸이 ‘행운의 징표’

입력 2016-05-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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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백 안에 보관한 묵주를 꺼내 보여주고 있는 김해림(왼쪽 사진). 이 묵주는 어머니가 신부에게 선물 받은 교황의 묵주이다. 김하늘에게는 6년 전 팬클럽으로부터 선물받은 귀걸이가 행운의 보물이다. 최종 라운드 때면 이 귀걸이를 한 김하늘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KLPGA·르꼬끄골프

■ 여자프로골퍼들의 보물은?

김해림, 교황 묵주 받고 9년만에 우승
김하늘, 팬선물 귀걸이 존재 성적비례
장수연 흰색 장갑·이보미 장어 ‘특별’

흔한 물건이지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으면 보물이 된다. 여자프로골퍼들에게는 사연이 담긴 귀한 보물이 존재했다. 남들의 눈에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들이다. 어떤 보물들을 가지고 있을까.


● 김해림, 교황 선물 받고 우승


김해림(27·롯데)의 골프백 안에는 매우 특별한 보물이 있다. 바로 2014년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묵주다. 그가 이 묵주를 갖게 된 사연은 이렇다.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가 신부님으로부터 묵주를 선물 받았다. 알고 보니 그 묵주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선물로 주고 가신 귀한 물건이었다. 그 보물 같은 선물을 신부님이 김해림의 어머니에게 다시 선물로 줬고, 어머니는 딸에게 주면서 소중하게 간직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김해림은 올 시즌 개막 후 묵주를 골프백 안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 덕분일까. 프로 데뷔 9년 만에 교촌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맛봤다. 김해림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보물이 됐다.

김하늘(28·하이트진로)에게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다. 6년 전 팬클럽으로부터 선물 받은 귀걸이다. 이 귀걸이에는 참 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당시 김하늘은 2년7개월 동안 우승하지 못하면서 긴 부진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팬클럽으로부터 귀걸이 선물을 받았다. 그 귀걸이를 차고 경기에 나갔다가 현대건설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그 뒤 귀걸이는 행운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그 귀한 귀걸이를 분실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하늘과 가족은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이상하게 그 뒤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감쪽같이 사라졌던 귀걸이가 우승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장롱 속에 보관하고 있던 어머니의 점퍼 주머니 안에서 귀걸이를 찾았고, 김하늘은 일주일 뒤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 뒤 김하늘은 귀걸이를 애지중지하며 잘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대회 최종라운드 때는 항상 그 귀걸이를 차고 경기한다. 이젠 하나의 분신이 됐다.


이보미 “금요일은 장어 먹는 날”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장수연(22·롯데)에겐 보물을 갖게 된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장수연은 손에 땀이 많은 체질이다. 그 때문에 그 흔한 천연가죽장갑 한번 못 써보고 우천용으로 제작된 인조가죽장갑을 써왔다. 천연가죽장갑은 부드럽고 착용감이 좋지만 물에 젖으면 잘 미끄러져 스윙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손에 땀이 많은 장수연에겐 치명적인 단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우천용 인조가죽장갑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색깔이 문제였다. 검은색 장갑만 나오는 탓에 흰색 장갑을 끼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튈 수밖에 없었다. 장수연을 유심히 지켜본 골프팬이라면 눈치를 챘을 수도 있다. 색깔 때문에 동료들은 그 장갑을 ‘까마귀’라고 놀렸다. 그랬던 장수연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장갑을 후원해주는 용품회사에서 올해부터 흰색의 인조가죽장갑을 만들면서 더 이상 까마귀라는 놀림을 받지 않게 됐다. 남들처럼 흰색 장갑을 끼게 된 장수연은 4월 첫 우승까지 차지하며 이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이보미(28·노부타)에겐 보물은 아니지만 특별한 루틴이 존재한다. 바로 ‘금요일은 장어를 먹는 날’이다. 이보미는 어려서부터 장어를 입에 물리도록 먹고 살았다. 어머니가 장어집을 운영해 하루가 멀다 하고 장어를 먹었다. 프로가 돼서도 장어는 체력을 보강해주는 최고의 보양식이 됐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장어를 먹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금요일 저녁메뉴는 장어다. 체력 보충의 효과도 있지만, 이제는 하나의 루틴이 됐다. 한국에서는 구이로 먹지만 일본에서는 주로 덮밥을 선호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맛도 있어 즐겨먹는다. 이보미의 매니저도 이런 루틴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금요일 아침이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근처의 장어집을 수소문해 맛집을 찾아낸다. 이보미는 “장어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장어를 많이 먹어서 튼튼해진 것 같다”며 장어사랑에 푹 빠져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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