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만·사] 김생민 “연예전문 리포터 어느새 20년, 롱런 비결은…” (인터뷰)

입력 2016-05-13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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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생민,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DA·만·사] : DA(동아닷컴)이 만난 사람은 근황이 궁금했던 스타 혹은 한번쯤 속마음을 들어보고 싶었던 스타와의 인터뷰입니다.

●큰 욕심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 뿐
●많은 스타들 만나지만 전화번호·기념촬영 부탁 안해


●신동엽 선배, 내 인생의 멘토

“저를요? 저를 인터뷰하시겠다고요?”

KBS2 ‘연예가 중계’의 얼굴 김생민(44)이 전화기 너머로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다. 늘 스타들을 돋보이게 해야 하는 리포터 김생민, 오롯한 그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김생민은 임백천이 ‘연예가 중계’ 진행을 하던 1997년 ‘연예가 중계’ 리포터 일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22년째 같은 자리에서 시청자를 만난다. '연예가 중계’ 뿐만 아니라 SBS ‘동물농장’과는 첫 회부터 인연을 맺어 14년 동안 함께하고 있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을 비롯한 지상파 3사 영화 정보프로그램도 19년 동안 활약 중이다. 한 분야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든 연예계에서 ‘가늘고 길게’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승리자다.

스무 살 청년이었던 김생민은 개그우먼 송은이를 포함한 대학교 동아리 부원들과 방송국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24년 전인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그는 “어쩌면 개그 분야를 지원한 것부터 잘못된 일일 수도 있다”면서 개그맨에서 대한민국 대표 리포터로 성장하까기지의 지난날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가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솔직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평범했죠. 학창시절에도 숙제는 꼬박꼬박 해가는 학생이었어요. 어찌해서 대학을 갔고, 개그맨이 됐어요. 물론 개그맨으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죠. 그렇게 지내다가 1997년 가을에 ‘연예가 중계’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KBS 출신이잖아요. KBS 개그맨들 중에서 리포터 한 명을 뽑은 것뿐이에요. 당시에는 리포터라는 직업은 한직(閑職), 지금처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분야였거든요. 아무도 안 하려고 했고 제의가 들어와서 ‘연예가 중계’ 리포터 일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20년이 됐네요.”

이후 20년 동안 ‘연예가 중계’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톱스타를 인터뷰했다. 김생민과의 대화를 통해 인터뷰 노하우와 톱스타들의 면면을 들어보고 싶었다. 스타들에 관한 많은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불과 몇분만에 사라졌다. 그는 “‘나는 인터뷰이를 사랑한다, 존중한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진심으로 상대방과 대화한다”고 자신만의 인터뷰 기술을 언급했다. 하지만 스타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짧은 시간동안 모든 걸 알 수 없다. 다만 40대가 돼 보니 상대방의 겉모습만 보게 되지는 않더라. 다만 인기와 인성은 비례하는 것 같더라. 괜히 톱스타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고 짧게 답한 뒤 “성향 자체가 뒷담화, 루머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이런 건조한 성격 덕에 연예 정보 프로그램 리포터를 오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장수 비결을 전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연예계 루머 등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오해를 하세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쪽으로 매우 건조하죠. 그런 얘기들을 꺼내지 않는 편이죠. 슈퍼스타들을 만날 때도 사진 한 번 안 찍고, 전화번호도 물어보지 않아요. 상대방이 불편해할까봐요. 솔직히 전화번호 물어보는 이유 중에는 ‘나 이런 사람 번호 알아’라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으스대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서 어떤 스타가 저의 리포팅을 원한다면 고마울 뿐이죠. 그 이상의 관계, 끈적이고 싶지 않아요. (웃음) 전화번호 받고 사진 찍으면 1년 정도 행복하겠죠? 하지만 20년 동안 해보니까 결국 그런 행동들이 리포터로서의 수명을 깎아먹는 일이더라고요.”

방송인 김생민,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하지만 '연예가 중계‘가 영원하리란 보장이 없어졌다. 이는 곧 김생민을 상징하는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SBS 대표 연예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가 21년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3월 폐지됐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인터넷 연예 기사 때문에 더 이상 일주일에 한 번 연예 뉴스를 몰아볼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프로그램 폐지를 바라보는 업계의 분석이다. 당장 내일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프리랜서 방송인인 김생민은 ‘한밤의 TV연예’ 폐지를 어떤 심경으로 바라봤을까? 김생민은 “솔직히 ‘한밤의 TV연예’ 폐지 소식을 접하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그만의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밤’이 연예 뉴스가 매일 매일 넘쳐나니까 폐지된 게 사실이라면 또 그 환경에 적응해서 우리는 살아가야죠. ‘연예가 중계’의 미래요? 저도 궁금해요. 알 수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는 리포터로서 제 일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지면을 통해 전해지는 연예 기사와 달리 ‘연예가 중계’는 예능 프로그램이에요.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출연자들의 눈빛이 있고 유머러스한 멘트 처리도 가능하죠. 그게 글로 된 연예뉴스와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가장 다른 점이자 우리만의 강점입니다.”

또, ‘한밤의 TV연예’ 폐지로 인해 SBS 대표 리포터 조영구와 KBS 대표 리포터 김생민의 묘한 라이벌 구도도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김생민은 “조영구와는 라이벌이 될 수가 없다. 친하다”고 사람들의 시선을 부정하며 “‘한밤의 TV연예’에 조영구가 있어서 정말 마음이 편했다. 믿음직스러웠다. 무엇보다 조영구와 경쟁자라고 하기에는 우리 일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방송인 김생민,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김생민은 리포터가 아닌 전문 MC 자리에 앉는 데에도 뜻을 내비쳤다. ‘연예가 중계’ MC 신현준을 “정말 유머러스한 형”, 정지원 아나운서를 “똑소리나는 진행자”라고 칭찬했고, SBS ‘동물농장’ MC 신동엽과 정선희에 대해선 “신동엽은 천재형, 정선희는 실력파”라고 존경심을 나타냈다.

“신동엽과는 대학 시절 때부터 인연이 있었어요. 제가 가고자하는 모든 길을 가본 선배죠. 저의 정신과 의사나 마찬가지에요. 일을 하면서 우왕좌왕하게 될 때마다 저를 다잡아 주는 지침표거든요. 성실한 천재형 MC죠. 정선희 누나, 누나가 세상과의 싸움을 한창 하고 있었을 때도 ‘동물농장’은 누나에게 계속 러브콜했어요. 누나가 다시 돌아왔을 때 정말 감동스러웠죠. 두 선배들에 비하면 저는 100% 노력파예요. 저도 리포터가 아닌 MC로서의 뜻을 가지고 있고, 제의만 들어오면 바로 하고 싶죠. 하지만 아직은 그런 일이 일어날 때까지 진행자로서의 소양을 쌓는 게 우선일 거 같아요.”

김생민 스스로는 “여전히 갈고 닦아야한다”고 부정하지만 그의 대답에선 리포팅, 방송일에 대한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절약왕, 재테크왕으로도 주목받는 그는 “학창시절 내가 받은 성적에 비해서 현재 나는 부자가 됐다. 대중성으로만 보면 흑자인 삶을 살고 있다. 성공했다”고 재치 있게 인생을 재테크와 비유하며 향후 활약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저는 콤플렉스가 많았던 청년이었어요. 20대 때는 대사 하나만 잊어버려도 떨면서 아무 것도 못했죠. 저를 탓했어요. 리포터 일은 타고나야 한다고요. 근데 계속 하니까 해내더라고요. 인생을 살면서 절대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솔직히 아직도 제가 리포터로서 소질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잘 한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관련해서 교수 초빙도 받았어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죠. 저는 리포팅에 대한 커리큘럼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직 때가 아닙니다. (웃음) 모든 게 감사한 평가예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 뿐이거든요. ‘열심히 살자’는 제 소신을 지키면서요. 그렇게 상황에 맞게 살다보니 오늘의 내가 됐고 ‘연예가 중계’를 20년 동안이나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인생을 잘 살았는지는 환갑 때쯤 결론이 나겠죠?”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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