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5’ 그냥 없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종합]

입력 2016-05-13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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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5,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2013년 '쇼미더머니' 시즌2 때도, 2016년 '쇼미더머니' 시즌 5때도 한동철PD는 "없는 것보단 낫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때론 없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Mnet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쇼미더머니5'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쇼미더머니'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논란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정체성을 두고 여전히 많은 힙합 팬들은 "힙합을 희화화한 예능프로그램"이라고 비난하는 의견과 "그래도 힙합을 알리고 대중화시킨 데에 공헌한 프로그램"이라는 의견이 맞붙고 있으며, 프로그램 내부적으로도 매 시즌마다 욕설논란, 태도논란, 편집논란, 파벌논란, 조작논란 등등 여러가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길이 "논란이라고 하면 어떤 논란을 말하는 건지 정확하게 이야기 해달라. 5년동안 진행되면서 논란은 3,800개정도 있었고, 오해는 50,000개정도 있었다"라고 한 농담이 그저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물론 제작진도 이런 논란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며 나름대로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욕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이날 고익조PD는 "이제는 랩퍼들도 무작정 욕을 하고 그런 식의 랩은 탈피하는 분위기다. 욕설이나 가사 수위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하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에 주의하겠다고 밝혔고, 시즌5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쿠시도 "이제는 음악적으로도 성과를 많이 보여줄 수 있을거 라 생각한다"라고 거들었다.

지난 시즌에서 스눕독을 두고 사이퍼를 펼치는 미션을 부여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룰과 미션에 대한 부분 역시 고익조PD는 "일단 우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실력있는 랩퍼를 소개한다는 그런 취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다만 과정상에는 부족했던 부분이 있는 걸 알고 있다"라며 "전반적으로는 차근차근 원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시즌을 지나면서 부족한 걸 개선하는 그런 과정이다. 룰에 대해서는 프로듀서와 상의를 거치지만, 이번 시즌에는 특히 더 프로듀서와 연대해서 얘기를 한 것 같다.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사이먼도미닉 역시 "지금 시즌5의 4~5회정도의 분량을 촬영했는데 아직 그러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트러블을 일부러 일으키고 그런건 없다. 나도 공정하게 하려고 한다. 좋은 힙합 프로그램 만들자고 얘기했고 그렇게 노력을 한다"라고 말했고, 더 콰이엇은 "처음 섭외 요청을 받고 스눕독이나 사이퍼 같은 그런 거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모든 프로듀서가 그러듯이 나는 기본적으로 각자의 취향과 선별방식 안에서 공정한 결정을 하려고 하고 있다. 또 그렇게 해왔다고 자부한다. '쇼미더머니' 자체 룰과 구성과 흐름은 존중하면서 이해한다. 이번 시즌은 논란과 구설없이 스무스하게 이끌어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쇼미더머니' 시리즈를 탄생시킨 한동철PD 역시 논란에 대해 거들었다.

한동철PD는 "힙합의 단면만 보여주는게 아니냐라고 하는데, 힙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우리 것만 보고 힙합이라는 좋은 음악에 대한 지식이 망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만 우리도 단면만 보지 않으려고 노력할테니 시청자들도 우리의 단면만 보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90분의 프로그램중 논란이 되는 건 2%밖에 안된다. 98%에는 랩퍼들의 리얼리티와 좋은 음악들이 나오는데 그건 아무도 얘기를 안한다. 어쨌든 가십거리 2~3% 때문에 처음 우리가 의도했던 98%가 아무도 언급 안하는 게 너무 아쉽다"라고 '쇼미더머니'의 장점을 보아달라고 이야기했다.

또 한동철PD는 "우리가 예선에서 참가자를 다 세워놓고 심사를 하는데, 이것도 힙합은 아니다. 우리는 힙합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힙합의 재밌는 부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잘 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정이라고 하면 오디션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 9,000명이 지원 했는데, 여기 있는 프로듀서는 5~10초만 보고 그것 만으로도 다 등수를 매길 수 있다. 그럼 오디션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건 연습을 하고 열심히 해서 처음에는 못했던 참가자가 나중에 우승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거다. 그러면 정말 우리가 잘 한 거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덧붙였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향한 비판과 비난에 대해 억울하고 항변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한다. 또 워낙에 많은 논란을 달고다녔던 프로그램인 만큼 '착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선언은 기특하고 갸륵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과 실천은 또 다른 이야기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쇼미더머니'에서 논란이 발생했을 때 Mnet 측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라는 해명과 사과를 우리는 수도 없이 들어왔으며, 심지어 당장 '쇼미더머니' 시즌5를 시작할 당시에도 사이먼도미닉의 출연 여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던 최초 입장을 2주일만에 뒤집었다.

'착하고 재미있는 힙합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말에 쉽게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쇼미더머니'는 현재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한 언더그라운드 랩퍼는 "'쇼미더머니'가 국내 힙합씬의 파이를 키우고 부흥시킨 건 맞지만, 국내 힙합씬이 망하게 된다면 그것도 '쇼미더머니' 탓일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쇼미더머니'는 대중성을 등에 업고 힙합씬에서 그 크기와 영향력이 너무 커진 상태다. 9,000명이 지원한 시즌5의 규모뿐만이 아니라, '쇼미더머니'를 통해 힙합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쇼미더머니'의 출연여부와 순위가 곧 유명 랩퍼(프로듀서, 레이블로 바꿔도 마찬가지다)냐 아니냐, 혹은 실력있는 랩퍼냐 아니냐라는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이는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프로듀서도 마찬가지다. 사이먼도미닉은 당초 '쇼미더머니'에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철회하고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일단 회사를 위해서 결정했다. 그게 제일 큰 이유다"라고 말했고, 쿠시는 "내 이름은 알아도 얼굴은 잘 모르더라. '쇼미더머니' 시즌5를 하고 나면 다 알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이먼도미닉과 쿠시의 발언은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이나 화제성이 이미 힙합씬에 몸 담고 있는 뮤지션들에게까지 번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상태는 위험하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쇼미더머니'가 잘 못 발을 내딛을 때마다 국내 힙합씬이 휘청거린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들은 지난 시즌 송민호와 블랙넛 등으로 촉발된 '비하 가사 논란'으로 이 같은 일을 경험한 바 있다.

이날 길은 "'쇼미더머니'가 안 좋은 부작용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작용보다 (국내 힙합씬에)좋은 작용이 많다.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백번 양보해 지난 시즌까지의 '쇼미더머니'는 길의 말이 다 맞다고 치더라도, 지금부터의 '쇼미더머니'는 부작용이 더 많을 그냥 '없는 게 더 나은' 프로그램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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