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칸&피플] 김민희 “‘아가씨’는 불쌍한 여자”

입력 2016-05-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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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민희

이해리의 칸&피플
“스타일이 분명한 감독들, 전부 좋은 분이죠. 그 중 박찬욱 감독은 배우의 개성에 따라 스타일을 맞춰주는, 열려 있는 연출자입니다.”

배우 김민희가 영화 ‘아가씨’(제작 모호필름·용필름)의 박찬욱 감독과 첫 작업을 마치고 느낀 단상이다.

두 사람의 합작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성과로 이어졌고, ‘아가씨’는 칸 현지에서 공개돼 다양한 반응을 얻고 있다.

김민희 역시 여러 반응을 접하고 있고, 한편으로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내린다.

“관객처럼 제3자의 눈이 아니라 오직 내 연기에만 집중하게 됐다”는 김민희는 출연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를 돌이키며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용기가 많았던 시기였다. 걱정하기보다 용기로 영화를 택했다.”

1930년대가 배경인 영화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가 맞이한 하녀(김태리)를 둘러싼 이야기다. 아가씨와의 결혼을 꿈꾸는 백작(하정우), 아가씨의 후견인이자 이모부(조진웅)가 한 데 얽힌 사랑과 뒤틀린 욕망을 그린다.

극 중 김민희는 김태리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동성의 사랑은 총 세 개의 파트로 나눠진 ‘아가씨’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다.

영화를 통해 김민희는 데뷔 후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수위가 높은 노출 연기를 펼친다. 2012년 영화 ‘화차’로 시작해 ‘연애의 온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이어진 연기 실험을 이번 ‘아가씨’ 한 편에 전부 쏟아 부었다.

관객이 무엇을 상상하든 김민희는 그 이상을 해낸다.

첫 노출 연기에 나서면서 “고민이 많았다”고도 돌아봤다.

“영화와 인연을 맺으려면 제안 받는 그 순간 내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아가씨’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아주 용감했다. 욕심나는 캐릭터였고 배우 인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인간의 사랑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김민희가 연기한 아가씨는 일본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일본인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이모의 손에 이끌러 식민지 조선에서 자란다. 이모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후견인을 자처하는 이모부의 손에서 자라고, 이모부의 취미에 맞춰 서책 낭독에 동원된다.

사실 영화에서 아가씨는 종잡을 수 없고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인물에 김민희는 왜 끌렸을까.

“한 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캐릭터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억압받아 변형된 인간성을 가졌다. 어리 섞게도 계략을 만들고 또 순수한 사랑을 겪는다.”

김민희가 바라보는 아가씨는 “불쌍한 여자”다.

“아가씨의 순수성은 외부의 억압으로 변형된다. 연기하면서 아가씨의 순수성을 살리고 싶었고 억압이 불러온 이중성도 생각했다. 아가씨의 시점에서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영화에서 김민희가 사랑하는 상대는 여성 하녀다. 그 역할은 신예 김태리가 맡았다.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과 호흡을 맞추는 동성애 연기가 낯설 수도 있었지만 도리어 김민희는 “성별로 관계를 나누지 않고 인간의 사랑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민희는 20일까지 칸에 머물 계획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아가씨’로 갖는 공식 일정은 16일 오전(한국시간) 전부 마무리했지만 개인적으로 소화해야 할 일은 더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촬영이다.

김민희는 칸 현지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촬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은)당일 아침 시나리오를 쓰니까 내 출연 분량이 어느 정도일지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은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에는 김민희 외에도 정진영, 장미희가 출연한다. 이들은 현재 칸에 머물고 있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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