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도원 “생애 첫 주연 ‘곡성’, ‘인생작’ 만난 것 같아요”

입력 2016-05-17 15:4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요즘 걱정이 돼서 통 잠을 잘 못 자요. 언론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어요. 하지만 일반관객들은 또 다르잖아요.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죠.”

데뷔 14년만에 영화 ‘곡성’에서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 최근 그를 불안에 떨게 한 부담감은 기우에 불과했다. ‘곡성’은 11일 전야 개봉 이후 2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곡성’은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정말 여러 번 읽어봤어요. 감독이 시나리오에 공을 들인 티가 확 나더라고요. 촬영 후에 3시간 40분짜리 현장분을 네 번이나 봤어요. 영상이라는 결과물로 보니 시나리오에서 느낀 감정보다 훨씬 재밌더군요. 편집 과정을 보며 ‘죽도록 최선을 다했구나’라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영화 ‘곡성’은 개봉직후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와 전쟁을 벌였다. ‘곡성’에 대한 내용과 결말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올 정도로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결말을 놓고 말들이 많더군요. ‘곡성’이 미스터리 스릴러이지만 ‘무섭다’고 생각 안 해요. 분명 영화에서 부성애라든지 다양한 내용들이 잘 버무려졌거든요. 저는 믿음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믿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기에 목숨을 걸 때도 있잖아요. 우리는 눈에 안 보이는 것들에 지배당했고, 그것들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해요.”


곽도원은 이번 영화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경찰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 ‘종구’ 역을 맡은 그는 평범한 가장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곽도원은 시골 어느 마을에서나 흔히 볼 수 있을법한 종구 역을 맡아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그래도 첫 주연인데 ‘살을 좀 빼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홍진 감독에게 물었더니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아저씨, 아버지 이야기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 곡성에 직접 가서 펜션을 잡고 한 달 반 정도 살았어요. 사투리 말투나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었거든요.”

생애 첫 주연작 인만큼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곡성’에 투자를 맡은 이십세기 폭스 사는 주연을 맡을 곽도원에 의문을 품었다. 왜 굳이 곽도원을 택했냐는 폭스사의 반대의견에도 나홍진 감독은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십세기 폭스에선 곽도원이 누구냐며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나홍진 감독이 날 캐스팅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대요. 그만큼 감독이 날 믿고 확신해줬는데 그 믿음을 배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나 감독이 ‘황해’ 이후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쭉 봤나봐요. 내가 웃음과 악함 모두를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더군요.”

곽도원은 앞서 ‘황해’에서 호흡을 맞춘 나홍진 감독에 대해 “징글징글한 사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촬영을 위해 매일 응급실을 드나들 정도로 작품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나홍진 감독은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죽을 것 같이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어요. 처음에는 4개월 반 계획으로 촬영을 시작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한 달 반이 더 걸렸어요. 예산도 수십억 원 오버된 시점에서 웬만한 고집 아니면 외국 투자사를 설득하기 쉽지 않거든요. 날씨는 춥고 스태프의 체력은 고갈되고 말도 아니었어요. 정작 본인은 응급실 가서 링거 맞고 출근하는 걸 보면서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이같이 감독과 배우들이 혼연일체로 완성한 ‘곡성’은 그 공을 인정받았다. ‘곡성’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칸 현지에서도 전 세계 바이어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문의가 쏟아질 정도로 호평일색이다.

“칸에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데뷔 14년 만에 첫 주연인데 그 작품이 칸 국제영화제에 가게 됐으니 무한 영광이죠.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10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쳐 준다고 들었는데 가장 기대가 돼요. 배우는 박수로 먹고 사니까요. ‘곡성’이 제게는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곽도원은 끝까지 연기자로서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동안 해온 악역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캐릭터,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예전에 김수로 형하고 영화 ‘점쟁이들’을 찍었어요. 수로 형이 ‘전 세계에서 연기를 제일 잘할 수 있는 알약이 있는데, 효과가 일주일이라도 먹겠냐’고 묻더군요. 그런 약이 있으면 몇 백, 몇 천만 원이라도 사고 싶어요. 배우들이 다들 그래요. 다양한 색깔을 스스로가 품고 있기를 간절히 원하거든요. 어떤 캐릭터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이 진짜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