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중-박세웅-박진형(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단기성과보다 ‘에이스 육성’ 긍정적
롯데가 20대 초반 ‘영건 선발 트리오’를 파격 실험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상대가 KBO리그의 압도적 1위 팀인 두산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두산과 사직 홈 3연전을 이틀이나 앞둔 18일, “20일 김원중(23), 21일 박세웅(21), 22일 박진형(22)이 선발 등판한다”고 예고했다.
이로써 롯데는 외국인선발 조쉬 린드블럼(29), 브룩스 레일리(28)를 제외한 토종선발 3인의 평균연령이 22세인 젊은 선발진으로의 ‘리모델링’을 감행했다.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반드시 롯데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조 감독의 의지가 읽힌다.
● 롯데 마운드 미래를 가늠할 두산 3연전
롯데의 붙박이 선발 송승준(36)은 어깨통증과 부진이 겹치며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5선발로 뛰었던 이성민(26)은 원래 불펜요원으로 분류된 투수였다. 잘 해줬지만 선발횟수가 늘면서 한계를 드러내던 참이었다. 순식간에 선발 두 자리가 빈 난감한 상황에서 예상을 깨고,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영건투수를 대안으로 낙점했다.
자체 팜에서 육성된 투수가 전무한 롯데가 김원중(2012년 1순위), 박진형(2013년 2순위)을 선발로 시험하는 것은 결과를 떠나 상징적인 사건이다. 슬슬 잠재력이 터지고 있는 박세웅(4승2패 방어율 4.17)과 더불어 롯데 선발진의 미래가 걸린 세대교체가 시작된다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조 감독 부임 이래 프런트의 육성기조와 맞물리며 좌완에서 김유영(22), 차재용(20) 등도 기회를 얻고 있다. 불펜에서는 이성민, 홍성민(27)이 미래의 축으로 기능한다. 이밖에 박한길(22), 최영환(24), 송주은(22), 구승민(26) 등도 대기전력이다.
● 당장 1승보다 롯데의 10년 보는 조 감독
더 음미할 대목은 롯데가 영건투수들을 중용하는 타이밍이다. 당장 승률 5할 전선에서 멀어질 위기라 1승이 아쉬울 순간에 오히려 과감하게 어린투수들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대안이 있었음에도 굳이 이런 결단을 내린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볼 때, 두산 3연전에서 영건 트리오가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이들 중 바로 선발에서 탈락하는 투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모르지 않음에도 이 선수들을 키우는 길만이 롯데의 활로라는 것 역시 엄정한 현실이다. 초보감독임에도 단기성과를 통한 과시가 아니라 팀의 건강한 발전을 염두에 두는 지점에서, 조 감독의 뚝심은 그 동기만으로도 일단 평가해줄만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