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여우’ 양의지의 포수학개론

입력 2016-05-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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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포수 양의지는 투수 리드는 배터리 간의 상호 신뢰와 포수의 확신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인내심과 기다림이 포수의 덕목이라고 믿는 그는 생애 두 번째 우승반지를 향해 오늘도 마스크를 쓴다. 스포츠동아DB

두산 포수 양의지는 투수 리드는 배터리 간의 상호 신뢰와 포수의 확신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인내심과 기다림이 포수의 덕목이라고 믿는 그는 생애 두 번째 우승반지를 향해 오늘도 마스크를 쓴다. 스포츠동아DB

“어린 투수라도 내 사인 싫으면 바꿔준다…맞으면 내 책임”

1위 두산의 대체 불가 사나이



투수에게 맞춰주는 게 내 리드의 정석
니퍼트와 희관이 형 볼 배합은 극과극


KBO리그 두산은 전신 OB 시절을 포함해 통산 4차례 한국시리즈(KS) 챔피언에 올랐다. 영광의 순간마다 포수가 달랐는데, 1982년 원년 우승 때 김경문(현 NC 감독), 조범현(현 kt 감독)이 있었다. 1995년 우승 때 김태형(현 두산 감독)이 마스크를 썼다. 2001년 우승 때 홍성흔(39)이 있었다. 그리고 2015년, 두산 양의지(29)가 계보를 이었다. 우승 이후 성치 않은 몸 상태로 ‘프리미어12’에 나가 다시 정상에 올랐다. 포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연봉은 2억원에서
4억2000만원까지 수직상승했다. 두산의 화수분야구에서 양의지는 거의 유일한 대체불가 선수로 꼽힌다. 두산이 시즌 초반 1위 질주와 함께 막강 마운드를 자랑하는 배경에는 양의지가 있다. 곰처럼 유순한 외모지만 내면은 여우처럼 치밀한 양의지의 포수 생각을 들어봤다.


● “투수리드의 시작은 포수의 신뢰”


-4월 팀 역대 최고승률에 이어 5월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이 다 잘했다. 팀 방어율이 많이 좋아져서 포수로서 만족스럽다. 타격은 초반에 타율이 올라가도 타구의 질이나 방향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박철우 타격코치님 도움 받아 올라오고 있다.”


-두산 선발야구를 포수로서 어떻게 조율하나?

“포수가 리드한다기보다 투수의 장점을 살려주면 잘 던지게 된다. 니퍼트, 보우덴이 외국인이라도 대화를 항상 많이 한다. 포수는 느낌만 보고도 투수가 뭘 원하는지 느껴야 된다.”


-투수리드의 원칙은 무엇인가?

“볼 배합은 정답이 없다. 흔들리고 압박감을 느꼈을 때 투수가 바라보는 존재가 포수다. 그때 투수를 안정시켜주는 것이 리드다.”


-경험이 쌓이면 그런 맥이 오나?

“예전에는 압박감 있는 상황이, 투수가 맞는 것이 두려웠다. 팀 방어율 꼴찌도, 1경기 20실점도 해봤다. 그러나 다 공부더라. 김태형 감독님, 강인권 배터리코치님이 내가 못 보는 것을 지금도 가끔 집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가령 직구가 좋은 투수라도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좋을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포수의 몫이다.”


● 양의지 “두 번째 우승반지 갖고 싶다”


-볼 배합에 철칙이 없다면, 배터리의 상호 신뢰가 중요하겠다.

“캠프 때부터 어린 투수라도 ‘내 사인이 싫으면 바꿔준다’고 말한다. ‘맞으면 내책임’이라고 말한다. 투수들이 잘 던지기만 하면 된다. 우리 투수들이 나를 믿고 따라줘 실제로 고개를 많이 흔들지 않는다. 내 리드에 정석이 있다면 ‘투수들에게 맞춰주는 것’이다.”


● “사인을 내미는 포수의 손가락이 자신 있어야 투수도 자신 있게 던진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가 각별하다.

“나한테 티를 안 내신다.(웃음) 잘할 때는 말씀 안하는데 못할 때 ‘자신 있게 하라’고 하신다. 감독님은 풀죽어있거나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참지 못하니까 그렇게 안 보이도록 노력한다.”


-수더분한 인상 탓에 노력이 과소평가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억울하지 않나?

“보이는 것과 달리 예민한 부분도 있다.”


-야구 생각을 많이 하나?

“잠도 못자고 이럴 수 있으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그래도 3연전 첫 경기 때 특히 생각이 많아진다.”


-마인드컨트롤을 어떻게 하나?

“방에 누워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TV를 본다.(웃음) 야구 생각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목적이니까.”


-사인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손가락이 그냥 펴지는 대로 가야 한다. 본능대로 가면 항상 맞더라.”


-시간이 흐를수록 포수로서 역량이 올라가는 것 같다.

“여유가 생겼다. 과거에는 7회 이후가 되면 ‘어떻게 막지’하고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는 포수가 자신 있어야 투수도 자신 있게 던진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김태형 감독 영향을 좀 받았나?

“내가 처음 두산에 입단했을 때 코치셨다. 어렸을 때, 내가 라면도 많이 끊여드렸다.(웃음) 항상 붙어 다니려고 했다. 당시에는 캠프도 못 갈 실력이었는데, 당시 코치님들이 애써 주셔서 갈 수 있었다. 입단할 때만해도 존재감이 없는 선수였는데, 1군에 불러서 연습도 시키고 기회를 주셨다.”


● “포수의 덕목은 인내심과 기다림”


-인생에서 가장 큰 슬럼프는 언제였나?


“아팠을 때였다. 아프니까 기량도 안늘고…. 그때 생각을 바꿨다. 시즌 때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하게 됐다. 몸이 좋아지니 성적도 괜찮아지더라.”


-안 좋은 기억을 빨리 터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말을 안 하면 가슴 속에 담아두는 것인데 일단 말을 하면 잊을 수 있다. 고민을 잠시 치워놓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발가락 상태는 어떤가?

“발가락보다 잔부상이 많아서 걱정이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해주고 있어 경기에 지장 없다.”


-스스로 생각할 때 블로킹, 도루저지 능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간 정도는 한다고 생각한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좀 달라지는 면이 있다.”


-공격형 포수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하나?

“동의한다. 포수가 3할 치고, 홈런 10개 이상 치니까….”


-스스로 생각하는 포수의 덕목은 무엇인가?

“인내심, 기다림이다. 포수는 인내하고, 참고, 삼켜야 된다. 투수가 잘해야 팀이 잘 돌아간다. 포수는 아무리 잘 해도 10승을 할 수 없으니까…. 항상 투수들에게 잘해주고, 좋은 말 해주고, 기다려 주려고 한다.”


-투수 구위가 엉망이어도 포수 능력으로 끌고 갈 수 있나?

“그건 아니다. 벤치의 판단이나 상대 타자들의 컨디션도 있으니 꾸역꾸역 갈 수는 있겠지만…. 선발은 오래 던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구위가 아니어도 내색을 안 하려고 한다. 단 7회 이후 승부처에서는 감독님께 얘기를 한다.”


-맞으면 투수와 포수 책임은 어떻게 되나?

“5:5로 하자.(웃음)”


● “두산 포수로서 두 번째 우승반지 갖고싶다”


-이현승이 마무리로 완벽히 전환됐다.

“현승이 형과 생각이 잘 맞는다. 사인 잘 냈다고 칭찬해 줄 때가 있다. 현승이 형은 공격적인 투수라 마무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공격적 성향의 투수와 호흡할 때 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다.

“니퍼트가 힘들다. 희관이 형은 더 많이 힘들다.(웃음) 구종을 역으로 던져야 할 때가 있으니까…. 투수들도 공부를 많이들 하고 똑똑하니까 내 머리가 힘들다.”


-신인왕, 우승, 골든글러브를 다 해봤는데 더 남은 목표가 있나?

“두산에서 우승 한 번 했다. 두 번을 해낸 포수가 없으니 해보고 싶다. 올해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고, 선수들 의욕이 넘치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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