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경마 비리 솜방망이 대책…공정성 회복 ‘글쎄’

입력 2016-06-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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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23일 경마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 자수기간 운영’ 등 대책을 마련했다. 사진은 야간경마 장면으로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스포츠동아DB

조폭출신 브로커·사설경마 운영조직 적발
마사회, 특별자수·결의대회 등 효과 의문

스포츠는 ‘공정한 경기’라는 룰이 깨지면 존재가치가 없다. 특히 경마 경륜 경정 등 ‘베팅 스포츠’는 팬들의 돈과 연관돼 있어 ‘공정성’은 그 어느 스포츠보다 중요하다. 최근 경마에서 그 ‘공정성’이 깨졌다.

서울중앙지검은 22일 승부조작 등 대규모 ‘경마비리’를 적발했다. 전·현직 기수와 말을 관리하는 조교사, 관리사, 마주 등 총 18명이 연루됐다. 여기에 조직폭력배 출신 브로커와 사설경마 운영 조직까지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 해주고 있다. 비리에 연관된 기수들은 많게는 4900만원을 받고 수차례 경기결과를 조작했다. 과거와는 달리 조교사와 마주까지 개입됐다. 특히 해당 조교사는 2014년 ‘최고 조교사’와 지난해 ‘다승 조교사상’까지 받은 유명인이어서 충격파는 더 컸다. 서울·제주·부산 경남 등 전국적으로 발생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 사건은 어떻게 적발됐을까. 이 사건은 지난 2014∼2015년에 발생했다. 검찰이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건을 먼저 안 것은 한국마사회였다. 마사회는 당초 제보를 통해 ‘비리’를 알고 있었다. 수사권이 없는 마사회는 2014년 5월과 2015년 12월에 자체 조사를 거쳐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하고 그동안 검찰과 공조해 왔다. 2014년 11월에는 비리 해당자들에게 면허취소 등 제재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사전조치를 적절하게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일의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는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물론 마주나 조교사 기수 등을 개별사업자다. 마사회 소속은 아니다. 각각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에 소속돼 있다. 그러나 마주를 비롯한 기수 관리사 등의 관리책임은 한국마사회에 있다. 특히 공정한 경기관리는 마사회 핵심 의무 중 하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마비리에 대한 근본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사회가 ‘특별 자수기간 운영’ ‘자정 결의대회’ ‘엄정한 대처’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런 ‘솜방망이’로 ‘비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마사회는 개혁의 고삐를 죄며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산업 육성과 한국경마의 파트Ⅱ 승격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 경영혁신으로 공기업 고객만족도 1위, 건전화 평가 A+, 부패방지시책평가 1위 등 좋은 평가도 받았다. 말 그대로 말(馬) 빼고 다 바꿨다. 그 보답으로 직원들의 주머니를 채울 ‘보너스’도 두둑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되돌아 봐야 한다. 말 빼고 다 바꿨지만 정작 중요한 ‘말’(馬)을 간과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봐야 할 때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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