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iary] ‘거시기’ 하지만 맛깔나는 우리겨레의 상말 사전

입력 2016-06-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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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상말전서|정태륭 편저|고요아침

‘가재는 작아도 바위를 지고, 여자는 작아도 남자를 안는다.’ ‘노인 망령은 고기로 고치고, 젊은이 망령은 몽둥이로 고친다.’ ‘눈덩이하고 갈보는 구를수록 살이 찐다.’ ‘잡아서 내장으로 창란젓을 담을 놈’. 말이 좀 ‘거시기’하지만 우리겨레가 옛날부터 줄곧 써오던 말이다. 때론 욕이 되고, 때로 상말이 되고, 야하다 못해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이지만 겨레의 바닥정서가 밤새 고아 낸 가마솥의 조청처럼 맛깔스럽다. 그러기에 이런 상소리는 윤리도덕의 테두리에 가둬놓지 않았다. 상말을 쓰는 것은 죄가 아님은 물론이다. 상말의 원천은 식본능과 성본능이다. 인간 본능에 기반을 뒀기에 정직하고 명징하다. 상말을 얕보지 마라. 상말은 입에 담기 그렇지만, 입에 잘 달라붙는다. 언중은 안다. 상말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아주 달다. 욕이 맛있다. 꿀맛 같다. 상말은 생명언어이자 치유언어다. 때론 상말을 뱉어도, 들어도 시원해질 때가 있다. 여기 우리 겨레의 상말에 천착한 사람이 있다. 정태륭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의 상말들을 모두 모아 사전에 담았다. 정치 성기 성교 술 부부 과부 기후 등 32개 분야로 나눠 그에 맞는 상말들을 교직해 아름다운 천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설명에 여담까지 곁들였다. 이를테면 ‘벼락감투를 썼다’는 말에는 ‘별안간 얻게 된 관직이나 직책 등을 에둘러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벼락감투에 대한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가미했다. 그 많은 상말을 찾으려니 얼마나 많은 책과 씨름했으랴. 문장공부에 빠져 있던 문학청년 때부터 상말에 반해 자료를 채록, 수집한 지 50여년이 넘었다니 그 내공은 글로 옮길 수가 없다. 정 씨처럼 재야의 우리말 고수들이 있기에 우리말과 글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으리라. 책꽂이에 두고 간간히 펼쳐봐야 할 책. ‘똥꼬’가 답답할 때 한 번 꺼내보고 싶은 책. 그래서 간직해야 할 책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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