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54년 아주리 징크스 깼다

입력 2016-07-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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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선수들이 3일(한국시간) 보르도에서 벌어진 이탈리아와의 유로2016 8강전에서 팀별로 9번째 키커까지 나서는 피 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6-5로 승리한 뒤 환호하며 뛰쳐나가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독일, 승부차기 끝에 유로 4강행

메이저대회서 이탈리아에 번번이 져
9번째 키커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


지난 54년간 메이저대회에서 이탈리아만 만나면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독일이 지긋지긋한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이탈리아를 마침내 극복했다.

‘전차군단’ 독일은 3일(한국시간) 누보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벌어진 2016유로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 8강전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서 6-5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독일은 파상공세를 펼쳤고, 이탈리아는 ‘빗장수비’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후반 20분 메수트 외질(28·아스널)의 선제골로 분위기가 독일로 넘어가는가 싶었으나, 이탈리아가 후반 33분 레오나르도 보누치(29·유벤투스)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접전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로 접어들어서도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현지 언론도 “9번째 키커까지 필요할 정도로 승부차기에서도 양 팀 모두 총력전으로 명승부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56)은 “이탈리아는 정말 강한 상대였다. 오늘 드디어 이탈리아와의 전적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선수들 모두가 잘해줬다”며 기뻐했다.

이날 8강전은 우승 후보들의 격돌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현역 골키퍼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양국 수문장의 대결 또한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이탈리아 잔루이지 부폰(38·유벤투스)과 독일 마누엘 노이어(30·바이에른 뮌헨)의 대결은 연장까지 120분 내내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둘의 활약은 승부차기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승부차기 실축도 유독 많았다. ‘8강전이라 긴장한 탓도 있지만, 부폰과 노이어가 들어섰을 때 그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느껴 실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노이어와 독일이 웃었지만, 부폰의 선방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끝까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안토니오 콘테(47) 이탈리아 감독은 “나는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지난 2년간 이탈리아 감독으로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 우리의 여정은 여기서 끝났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며 훗날을 기약했다. 콘테 감독은 2016∼2017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지휘봉을 잡는다.

독일은 이탈리아라는 큰 산을 넘어서며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입증했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탈리아까지 격파한 독일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멋진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쾰른(독일) | 윤영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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