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더걸스, 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로운’

입력 2016-07-05 1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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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는 기묘한 그룹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더걸스는 데뷔 당시부터 수 차례의 멤버 교체와 탈퇴를 겪었고, 심지어 현역 걸그룹 최초로 멤버가 결혼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긴 공백기를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기는 하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원더걸스는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할 때 느닷없이 -정말 느닷없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4인조 밴드로 변신을 선언했다.

재밌는 건 이것이 또 제대로 먹혀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예은, 선미, 유빈, 혜림의 4인조로 재정비한 '밴드 원더걸스'의 'REBOOT'는 국민 걸그룹이라고 불리던 'Tell Me'나 'Nobody'의 시절 이후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또 7월 5일 발표한 'Why So Lonely'는 '밴드 콘셉트'가 아니라 온전한 밴드로서의 역량을 담아낸 싱글로, 공개직후 8개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모조리 1위를 차지하며 원더걸스의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젖혔다.

원더걸스가 많은 사람이 고개를 흔들 때 보란듯이 정상의 자리를 다시 꿰찬 원동력으로는 역시 '새로움의 미학'을 꼽고 싶다. 실제 4인조 밴드 원더걸스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신이며, 이는 벌써 10년째 지켜보고 있는 원더걸스를 여전히 새롭게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데뷔 당시와 완전히 다른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의 원더걸스에 대해 멤버들 역시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 이야기들은 현재와 앞으로의 원더걸스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에 하나의 가이드북으로 삼을 만했다.

원더걸스 선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먼저 원더걸스는 '밴드 원더걸스'에 대해 "'밴드로 완전히 전향했다'가 아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장르 중에 밴드가 생긴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미는 "이번 활동도 첫주는 밴드 라이브로 세 곡 연주할 생각이고, 둘째주부터는 댄스 무대로 활동을 한다. 댄스 퍼포먼스를 하기에 (노래의 비트가)살짝 느린데, 군무를 하는게 아니라서 밴드 무대랑 다른 느낌이 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밴드를 어설프게 흉내만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밴드 콘셉트가 아니라 온전한 밴드'라고 말한 이유는 원더걸스가 직접 이번 싱글 수록곡의 작사·작곡을 했을 뿐아니라, 악기의 녹음까지 직접 연주했기 때문이다.

예은은 "('REBOOT'의 쇼케이스 때)레코딩을 직접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다. 물론 연주는 할 수 있는데, 녹음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연주로는)녹음에 참여하지 못했다"라며 "사실 'REBOOT'는 한 두 곡을 제외하면 미디로 구현이 가능한 노래들이라서 실제 (직접 녹음을) 안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곧바로 그 질문을 받고 '역시나 그렇구나'하고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부분을 채워보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원더걸스가 1년 만에 부쩍 연주 실력을 늘린 비법은 간단했다. 먼저 스스로 완벽하게 연주가 가능한 노래를 만들고, 그리고 줄기차게 연습을 하는 것이다.

예은은 "이번에는 우리가 준비 단계부터 '녹음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 곡만 담았다. 더 많이 하면 퀄리티가 떨어질 거 같았다. 이번에는 싱글로 내는 이유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며 웃었다.

물론 아무리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만든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꾸준한 연습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역시 직접 레코딩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REBOOT' 이후 개인활동이 뜸했던 것에 대해 묻자 선미는 "악기 연습하느라?"라고 대답했고, 예은도 "합주를 해야 해서 서로 자제하는 부분도 있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선미는 그사이 회사내에서 솔로 앨범 발표 논의도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원더걸스에 집중했다.

원더걸스 예은,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예은은 "사실 선미가 솔로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원더걸스에 집중하려고 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고, 이에 선미에게 솔로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건지 묻자 "(솔로는)아직 모르겠다. 일단은 원더걸스에 집중하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완성된 'Why So Lonely'는 레게팝 장르를 표방해 대중가요에서 쉽게 듣기 어려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선미는 "우리 멤버 넷이 작업을 하면서 장르가 정말 여러가지가 나왔다. 원래 하던 디스코 장르도 있었고 모던락도 있고 했는데, 투표로 레게 팝이 선정이 됐다. 모험을 하게 됐는데,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이 인터뷰는 음원 공개 전에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빈은 "회사내에서 타이틀이나 음원을 정하는 시스템이 있어서 이견은 없었다. 또 우리도 표를 던지기도 했다. 멤버들이 의기투합한 곡이라서, 수월하게 선정했다"라고 레게팝을 내세운 이유를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그 와중에 원더걸스 특유의 '레트로 콘셉트'는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레트로 콘셉트' 과거의 원더걸스와 지금의 원더걸스를 이어주는 거의 유일한 연결고리이다.

그리고 원더걸스 스스로도 이 '레트로 콘셉트'는 좀처럼 벗어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예은은 "처음에는 레트로에 갇히지 말자고 얘기를 했는데 밴드가 성황한 시대의 음악을 계속 듣고 작업을 하다보니 70년대 히피 스타일이 반영됐다"라고 말했고, 선미는 "신기한 게 우리가 70년대 히피로 나왔는데 또 요즘 의상이 그때 스타일이 많이 나오더라. 그래서 위화감은 없는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미는 "나는 옛날 음악이 좋더라. 10cc나 애니멀즈 같은 밴드 음악을 많이 찾아들었는데 날 것 같은 사운드를 연주하더라"라고 레트로 콘셉트가 이어지는 이유를 분석했고, 예은도 "요즘에도 레트로 사운드를 하는 팀이 많다"라고 말해 '레트로'를 억지로 버리기보다 자신들만의 장점으로 만들어나갈 것을 밝혔다.

원더걸스 유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이번 싱글이 원더걸스라는 그룹에게 전환점이 되는 또 한 가지의 이유는 ‘탈(脫) 박진영’ 음악이기 때문이다.

예은은 "자전거를 끌어주다 손을 놓은 느낌이다. 그동안 (박진영)PD에게 배워온 게 있다보니 프로듀싱이나 음악을 만드는 방식을 배우고, 거기에 우리만의 색깔을 입힌 거 같다. 물론 이번 곡도 (박진영이)신경을 많이 쓰고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 다만 전에는 (박진영)PD가 1부터 10을 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7을 하고 3을 더해준 그런 느낌이다"라고 데뷔 후 처음으로 자신들의 손으로 타이틀곡을 만들어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은은 "일단 PD는 원하는 창법이나 가사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 스타일로 많이 바뀌었다. 또 (박진영은)BPM을 빠른 걸 선호하는데 이번 곡은 BPM이 느리다"라고 구체적인 차이점을 설명했다.

유빈 역시 "우리의 색을 담은 음악을 그동안 다른 수록곡에서 해왔다. (박진영의) 색도 나한테는 정말 도움이 됐던 거 같다. (그 덕분에)스펙트럼이 더 넓어져 뭔가 다양한 우리의 색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이제는 손에서 벗어났지만 지금의 원더걸스를 있게 해준 자신들의 수장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사실 말이 10년차이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1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게다가 원더걸스는 공백기와 멤버 교체가 있었다곤 하지만 꾸준히 정상급 걸그룹으로 손꼽혀 왔기때문에 더욱 '10년차'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예은 역시 오랜기간 그룹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쉬운 일이 아니다. 선예와 소희가 팀을 떠났고 선미가 돌아오면서 컴백을 했는데 그룹이 갈라지는게 어쩔 수 없는 일인 거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 뭔가 하던 걸 내려놓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그 결정도 지지하고 존중을 한다. 아무래도 서로가 원하는게 다르니까. 우리도 선예와 선미가 떠날 때 '그만 해야하나'하는 고민도 했다.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몰랐고 멤버가 나가면서 빈자리가 또 느껴질 것이니까. 다만 우리는 (원더걸스를)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어서 계속했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있다면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다는 걸 우리가 보여드리면 좋을 거 같다"라고 원더걸스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을 약속했다.

여기에 혜림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 칭찬을 들으면 좋을 거 같다"라고 덧붙이며, 10년이 아니라 그 이상이 지나도 매번 새로운 매력이 철철 넘치는 원더걸스를 함께 약속했다.

원더걸스 혜림,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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