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주희의 데뷔는 그렇게 시작됐다. 알앤비 가수를 꿈꿔온 박주희는 우연한 기회로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연습생 중 맏언니로 다른 연습생들을 관리하며 2년 넘도록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
“원래 저는 발라드와 댄스를 연습했어요. 그때 회사에서 트로트가수를 준비하는 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고향으로 가버려서 공석이 생겼죠. 설운도 선배님이 제게 맞는 곡을 써주신다고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연습생 생활에 지쳐있기도 했고 저를 오디션으로 뽑아 주신 분이라 믿고 따르기로 했죠.”
가수 박주희의 이력을 살펴보면 신기한 점이 있다. 가수와는 먼 이야기일 것 같은 법학 전공자라는 사실이다. 실제 사법시험을 준비할 정도로 학구열이 있었지만 가수를 향한 열정이 더 앞섰다.
“단순히 점수에 맞게 법대에 진학한 거죠. 사법고시를 공부하면서 법조인의 꿈도 키웠어요. 사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반대표로 음악실에 간 일이 제 음악 인생의 시작이었어요. 그 때부터 중창대회, 합창대회도 나갔거든요. 그렇다고 가수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우연히 본 가수 오디션에 덜컥 붙어서 가수가 됐어요.”
막상 가수가 되니 의외의 어려움도 찾아왔다. 법학 공부를 계속 하기를 원한 아버지는 딸의 가수 데뷔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데뷔 이후에도 TV에 나오는 딸을 보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가수 데뷔에 대해 가장 반대하셨죠. 심지어 TV에 나오고 활동할 때도 저를 인정하지 않으셨으니까요. 해오던 공부를 다시 하라면서 법학서적을 계속 집으로 보내셨어요. 근데 어느 날 아버지가 지인분들과 식사를 하다가 TV에 나온 제 모습을 봤데요. 지인 분들이 ‘딸이 TV에 나왔다’, ‘요즘 인기 최고다’고 하니 아버지도 내색을 안 할 수 없었데요.” (웃음)
그 당시 TV에서 부른 곡이 바로 박주희의 히트곡인 ‘자기야’다. 2집 타이틀 곡 ‘자기야’는 박주희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곡이기도 하다.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전보다 더 좋은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런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자기야’를 워낙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기 때문이죠. 오히려 히트곡이 계속 없었다면 더욱 부담이 됐을 것 같아요. 그래도 박주희하면 ‘자기야’를 떠올려주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 점이 가장 감사하죠. 대신 이번 신곡을 준비할 때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트로트 작곡가가 아닌 일반 작곡가에게 곡을 맡겼죠.”
그렇게 완성된 두 곡이 이번 5집 앨범에 수록됐다. 경쾌하고 신나는 비트의 댄스트로트가 ‘왜 가니’라면, 웅장한 스케일의 애절한 발라드가 ‘그대 가는 길’이다.
“이번 앨범은 엄청 재밌게 작업했어요.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소통을 충분히 해서 그런지 술술 풀렸어요. 가사도 작곡가와 같이 썼어요. 한 소절씩 주고받으면서 떠오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가사를 만들었죠. 막상 써 놓고 보니 스토리가 괜찮아서 ‘이대로 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곡과 가사가 맘에 들어서인지 녹음도 엄청 빨리 끝나서 만족스러웠어요.”
지난 2001년 ‘럭키’로 데뷔한 이후 15년이 넘도록 가수생활을 하고 있는 박주희는 노래뿐만 아니라 MC 분야에서도 맹활약했다. 아이넷 성인가요 베스트 50, 대한민국 연예예술 대상 시상식 등 다양한 방송에서 메인MC를 맡았다.
“MC 보는 것도 너무 좋아요. 관객과 소통하면서 현장감도 느끼고 에너지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경마장, 기차역 근처 등 생소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재밌고요. 특히 아이넷 성인가요 같은 경우는 3년 동안 이용식 아저씨랑 사회를 봤어요. 그 때 MC에 대한 노하우를 다 배운 것 같아요. 제게는 이용식 아저씨가 스승 같은 분이죠.”
박주희에게 MC계의 스승이 이용식이라면 트로트 가수의 롤모델은 가수 남진이다. 박주희에게 가수 남진이란 존재는 가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큰 버팀목이자 자극제가 된다.
“트로트를 시작할 수 있게 길을 터 준 분이 설운도 선생님이라면 롤모델은 남진 선배님이죠. 남진 선배님이 ‘가수로 태어났으면 끊임없이 갈고 닦으면서 재능을 맘껏 펼쳐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또 평소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점을 닮고 싶어요. 노래 연습은 물론이고 공연시간이 조금만 남아도 틈틈이 운동할 정도로 대단한 선배님이세요.”
어느덧 박주희는 선배뿐만 아니라 후배 가수들도 챙겨야 하는 중견 가수가 됐다. 현숙, 인순이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뒤따르면서도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롤모델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기 위해선 박주희를 향한 팬들의 사랑과 애정이 필수적이다.
“팬들이 신곡이 나왔다고 축하를 많이 해줬어요. 꽃과 과일바구니도 주시고요. 요즘에는 손수건을 가장 많이 받아요. 제가 공연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거든요. 그걸 보고 손수건을 그렇게 많이 챙겨주세요. 아저씨 손수건도 있고, 꽃무늬 손수건도 받았어요. 정말 제게 딱 필요한 걸 주시니까 뜻 깊고 가슴이 뭉클해요. 이러다 전국 각지의 손수건을 다 모으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라우더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