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유상훈. 스포츠동아DB
단판승부로 펼쳐지는 FA컵에는 무승부가 없다. 정규 90분과 연장 30분에 승패를 가리지 못할 경우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전력이 열세인 팀들은 수비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며 의도적으로 승부차기를 노리기도 한다. 승부차기는 FA컵의 변수이자 묘미다. FA컵 출전팀들은 대개 경기 하루 전 별도의 승부차기 훈련을 한다.
승부차기에 능한 골키퍼를 보유한 팀은 FA컵에서 강세를 보인다. FC서울이 대표적이다. 서울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골키퍼 유상훈(27·사진)의 선방에 힘입어 승부차기 끝에 전남 드래곤즈를 따돌리고 3년 연속 4강에 진출했다.
서울이 FA컵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유상훈이 팀의 주축 수문장으로 나서면서부터다. 유상훈은 2014년 7월 16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16강전에 출전했다. 연장까지 120분 동안 2-2로 비긴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유상훈이 선방쇼를 선보인 서울이 웃었다. 당시 포항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은 유상훈 때문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유상훈은 이후 서울의 승부차기 전문 골키퍼로 거듭났다. 그는 5월 25일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상대의 승부차기 킥을 2차례나 막아내며 팀의 8강 진출에 앞장섰다.
유상훈은 “승부차기가 기다려질 만큼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두렵지도 않다. 승부차기에서 진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조건 막아낸다는 생각으로 나선다. 누가 마지막 키커가 되는지도 모른다. 이번(FA컵 8강)에도 막고 나서 동료들이 뛰어오기에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오로지 내 앞에 있는 키커에만 집중한다”고 승부차기 선방 비결을 밝혔다. 이어 “황선홍 감독님께 첫 승을 안겨드려 기쁘다”며 웃었다. 서울 사령탑으로 변신한 황 감독은 2무2패(승부차기 승패는 무승부로 간주)로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지만, 유상훈 덕분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