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멘디.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멘디는 13일 ‘2016 KEB하나은행 FA컵’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8강전에서 2골·1도움의 맹활약으로 4-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그의 2번째 골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후반 20분 울산의 역습 과정에서 인천 골키퍼 조수혁은 백패스를 잡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이어 울산은 골라인으로부터 5.5m 떨어진 위치에서 간접 프리킥 기회를 얻었고, 11명의 인천 선수 전원은 골라인 위에 촘촘히 섰다.
흔한 세트피스 상황은 아니었다. 더욱이 평소 이에 대비한 훈련을 했을 리도 만무했다. 울산 선수들은 잠시 의견을 나눈 뒤 키커로 멘디를 내세웠다. 멘디는 김건웅이 살짝 밀어준 볼을 상대 수비벽 우측 위로 강하게 차서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킥 거리인 11m의 절반 가량 되는 가까운 거리지만, 빽빽한 수비벽을 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울산 관계자는 “흔히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다. 미리 연습하지도 않았다. 고참들이 멘디를 키커로 선택했고,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 멘디가 깔아서 차지 않고 공을 띄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있었다. 6월 6일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의 맞대결이었다. 당시 인천은 전남 임종은(현 전북현대)의 백패스로 간접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역시 골라인에서 5.5m 떨어진 자리였다. 키커는 이천수(은퇴)였고, 결과는 실패였다. 당시 전남 수문장 김병지가 이천수의 코스를 정확히 예측했고, 앞으로 달려 나오며 공을 튕겨냈다.
울산도 득점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신입 용병 멘디를 믿었고, 멘디는 값진 추가골로 기대에 보답했다. 멘디는 2일 수원삼성전에선 종료 직전 2-1 역전골을 뽑으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멘디의 합류와 함께 올 시즌 ‘수비축구’로 팬들의 불평을 듣기도 했던 울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