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의 한 장면. 사진제공 |NEW
수익만 좇은 ‘반칙 개봉’…대작 위상 오점
영화 ‘부산행’이 흥행 기대치를 스스로 반감시키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가 무색할 정도로 영화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레드피터)이 개봉을 앞두고 진행하는 사전 유료시사회를 두고 사실상 ‘반칙 개봉’이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결국 예매율 1위까지 차지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같은 시기 개봉한 영화들의 상영 기회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개봉을 준비하는 또 다른 영화들이 받을 피해의 여파도 상당하다.
‘부산행’이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주요 극장에서 진행하는 유료 시사회 예매율이 14일 오후 1시 현재 34.3%(영화진흥위원회)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에서는 아이맥스 등 200∼300석 규모의 대형 상영관까지 확보했다. 시사회만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를 가능성마저 커졌다.
‘부산행’의 정식 개봉일은 20일이다. 이를 피해 13일로 개봉을 확정한 강예원, 이정진 주연 ‘트릭’과 외화 ‘데몰리션’, ‘언더 워터’ 등은 첫 주말부터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작을 피해 개봉 시기를 정했지만 느닷없이 끼어든 ‘부산행’으로 인해 제대로 영화를 소개할 기회마저 위축되고 있다.
‘부산행’은 올해 여름 가장 큰 기대를 얻는 영화다. 5월 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았고, 개봉을 앞두고 흥행의 기대감은 증폭되고 있다. 좀비 소재 재난 블록버스터의 희소성과 신선함 역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칙 개봉’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대규모 시사회를 열지 않아도 충분히 흥행 성과를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반칙’은 이 같은 기대감을 희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배급사와 극장 모두 수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공정한 경쟁환경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부산행’의 투자배급사인 NEW는 올해 내놓은 ‘오빠 생각’과 ‘널 기다리며’ 등이 부진한 성적에 그쳐 실적 부진을 겪었다.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역시 3∼4월 관객 감소 여파로 고민이 깊던 상황. 이들의 ‘이해’가 결국 기형의 양상을 빚고 있다.
▶‘부산행’ 공유가 보여준 부성애 10면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