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50분 시작된 ‘추격자’(2008) 상영 후 이어진 스페셜 토크는 나홍진 감독을 게스트로 하여 씨네21 편집장 주성철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크는 영화 ‘추격자’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와 ‘추격자’를 비롯해 ‘황해’와 ‘곡성’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되는 나홍진 감독 영화의 공통된 요소와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파헤쳤다.
‘악’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연출 방식에 관한 질문에 나홍진 감독은 “선과 악에 ‘순도 100’이라는 그런 존재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둘 중 어떤 것이든 정도가 얼마 만큼인지, 퍼센티지를 고민한다. 그런데 그 존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강렬한 악으로 느꼈던 존재조차도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은 순도 높았던 악이 점점 약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거다 싶은 이상적인 시점에서 시나리오를 종결하는 게 내가 연출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해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 8시 반 시작된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 (이하 ‘마터스’) 상영 후 이어진 스페셜 토크는 허지웅 평론가를 게스트로 하여 BIFAN의 프로그래머 김세윤의 사회로 진행됐다. 허지웅 평론가의 토크는 관객들이 ‘마터스’의 비주얼 쇼크로부터 벗어나 넓고 전문적인 시야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잔혹하고 폭력적인 비주얼로 인한 선입견이 형성된 영화라는 질문에, 허지웅 평론가는 “물론 충격적인 비주얼이지만, 말끔한 만듦새로 인해 감탄을 금할 수 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다. 공포영화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그간 본 영화들 중 만듦새가 근사한 영리한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맥거핀을 이렇게 잘 활용한 영화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마터스’ 영화 속 여러 상징과 해석지점을 놓고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스페셜 토크는 앞으로도 영화제 기간 동안 계속 이어진다. 23일(토) ‘아멜리에’(2001)에는 기자 박준우, 백은하 그리고 ‘렛 미 인’(2008)에 배우 이영진, 편집장 김도훈, 24일(일)은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2013) 평론가 이동진, 소설가 김중혁, 25일(월) ‘사무라이 픽션’(1998)에 가수 윤종신, 작사가 김이나 그리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로 감독 장철수, 배우 황금희 마지막으로 27일(수) ‘지구를 지켜라’(2003)에는 감독 장준환, 김홍준이 다채로운 스페설 토크를 만들어 줄 예정이다.
스페셜 토크 외에도 스무 해를 맞은 영화제의 스무 편의 역대상영작을 스무 명의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부천시의회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부천영화제의 역동적이고 활기차며 개성 있는 이미지와 잘 매치되는 작가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일러스트레이터부터 카투니스트, 페인터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성 넘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다. 스무 개의 작품은 엽서로도 제작 판매되며, 오는 24일(일)에 전시 오픈식이 진행된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역대 최다 편수인 49개국 320편(월드 프리미어 52편)의 프리미엄 판타스틱 영화로 관객들의 한여름을 판타지아로 물들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부천 일대에서 11일간 개최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