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주연한 영화 ‘터널’이 3일 베일을 벗으면서 여름 극장가의 흥행 대진표가 완성됐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국가대표2’ ‘덕혜옹주’ 등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격전이 펼쳐진다. 사진은 ‘터널’의 한 장면. 사진제공|어나더썬데이
부산행·인천상륙작전과 바통터치
덕혜옹주·국가대표2와 정면 승부
하정우, 웃음과 서글픔 혼자 감당
재난과 현실의 반복적인 비극 섬뜩
여느 여름보다 뜨거운 경쟁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3일 오후 ‘터널’(제작 어나더썬데이 등)이 선보이면서 ‘부산행’이 포문을 연 여름 극장가 흥행 격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터널’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하정우와 배두나, 오달수 등 배우들의 연기가 실감을 더하며 재난영화의 또 다른 면모를 과시함으로써 그 경쟁구도의 한 축을 단단히 지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격전의 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극한의 경쟁구도…각 투자배급사의 계산은?
‘변칙개봉’ 논란 속에 7월20일 뚜껑을 연 ‘부산행’은 2일 현재까지 920여개 관에서 900만여명을 불러 모으면서 이르면 5일, 늦어도 6일 ‘1000만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행’의 한 주 뒤 선보인 ‘인천상륙작전’ 역시 3일까지 1000여개 관에서 상영하며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3일 경쟁에 뛰어든 ‘덕혜옹주’는 손예진과 박해일의 열연, 연출자 허진호 감독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일제강점기 식민의 아픔을 그리며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흥행작인 1편에 이어 또 다시 관객 발길을 노리는 ‘국가대표2’(10일 개봉)는 여자 스포츠하키 대표팀의 고난과 인간애로 눈물을 자아낸다는 입소문에 기대고 있다. ‘터널’은 ‘국가대표2’와 정면충돌하며 이미 달궈진 여름 극장가 흥행 경쟁구도를 향해 내달린다.
각 작품들은 CJ엔터테인먼트(인천상륙작전), 쇼박스(터널), 롯데엔터테인먼트(덕혜옹주), NEW(부산행) 그리고 메가박스(국가대표2) 등 국내 5대 투자배급사가 내놓은 ‘전략상품’들. 따라서 그 상영관 확보를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한 상황이다. ‘터널’에 대한 평가에 따라 각 영화에 상영관을 얼마나 더 내어주고 더할지 배급사와 극장들의 계산은 더욱 복잡하다.
● 붕괴된 안전, 현실의 역설적 유머와 서글픔
‘터널’은 한 자동차 회사의 영업사원(하정우)이 퇴근길의 터널이 무너지면서 마주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그린 영화. 전작 ‘끝까지 간다’로 숨 막히는 추격전의 재미를 한껏 선사했던 김성훈 감독의 신작으로, 그 재능은 이번에도 살아 숨쉰다. 붕괴된 터널 속 고립된 공간과 바깥 구조의 상황을 오가며 펼쳐내는 이야기는 웬만한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을 정서적으로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자본과 개발의 논리, 온갖 부패와 부실의 여진이 일으켜온 재난과 이에 직면해 갈팡질팡해온 현실의 반복적인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와 설정은 섬뜩하다.
고립된 주인공이 처한 위기의 순간순간에서 빚어지는 유머는 차라리 그런 현실에 대한 또 다른 풍자로 읽힌다. 그래서 영화는 평범한 삶을 위협하는 상황과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그 바깥의 현실을 교차하며 역설의 웃음을 안겨준다. 김성훈 감독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함께 웃을 수 있게 함으로써 나아갈 바를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그 웃음과 서글픔을 온전히 혼자 힘으로 감당해냈다. 그의 아내 배두나는 무력한 슬픔과 분노를 대변하고, 구조대장 오달수는 그나마 현실의 어느 구석에라도 자라날 소중한 희망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