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자수영대표 박태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자유형 400m 결승행 좌절 이은 쇼크
-내홍·허술한 행정…퇴보하는 한국수영
우울한 한국수영이다.
워낙 약세 종목이었던 만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솔직히 큰 기대를 걸 수는 없었지만, ‘혹시나’라는 희망은 품었다. 그러나 ‘역시나’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믿었던’ 박태환(27)부터 일찌감치 무너졌다.
대회 개막 초반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주종목(자유형 400m·200m) 예선에서 내리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그나마 막판 스퍼트가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은 400m는 차라리 나았다. 8일(한국시간) 200m는 참담하기까지 했다. 예선 6조 2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지만, 첫 50m 구간부터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강하게 치고 나가는 경쟁자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같은 조에서 함께 경쟁한 8명 중 6위(1분48초06), 최종 순위는 29위(전체 47명)였다. 4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동아수영대회 기록(1분46초31)에도 크게 못 미쳤다.
10일 자유형 100m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지만, 현재 상태로는 좋은 결과를 자신할 수 없다. 쑨양(중국), 하기노 고스케(일본) 등 한때 박태환과 함께 아시아를 호령한 라이벌들이 여전히 이름값을 하고 있어 아쉬움이 더욱 크다. 200m 레이스를 마친 뒤 “기록 보기가 두려웠다”는 박태환의 솔직한 심경은 절망적 현실을 대변한다.
역시 실낱같은 기적을 바랐던 다른 선수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여자 박태환’ 안세현(21·울산광역시청)은 여자 평영 100m 결승행에 실패했다. 역시 고질인 초반 스타트가 문제였다. 57초95로는 결승 진출이 불가능했다.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만족했다. 생애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원영준(18·전남수영연맹)은 남자 배영 100m 예선에서 전체 출전자 39명 중 30위(55초05)에 그쳤다. 개인최고기록(54초44)에도 크게 못 미쳤다. 아직 박태환은 자유형 100m와 1500m, 안세현은 평영 200m가 남아있지만 지금으로선 기대난망이다.
온갖 내홍으로 얼룩진 한국수영계의 집안싸움에 큰 피해를 입은 쪽은 현장이다. ‘박태환’이라는 쓸 만한 카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허술한 행정으로 대표팀 분위기마저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어쩌다 탄생한 천재조차 보듬지 못하는데, 더 이상 인재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수영은 올림픽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종목이다. 전 세계 미디어의 허브 역할을 하는 미디어센터 다음으로 기자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간혹 동양인들이 보일 때가 있는데, 절대 다수가 중국과 일본 기자들이다. 빠르게 진화하고 점차 기록이 향상되는 세계수영계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고 있는 리우올림픽이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