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5선발 경쟁 허준혁과 안규영의 ‘다른 볼질’

입력 2016-08-17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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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준혁, 두산 안규영. 스포츠동아DB

“허준혁은 뜬금없는 볼질이 문제고, 안규영은 너무 볼질을 안 해서 문제야.”

두산이 다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힘은 역시 4명의 안정적 선발 로테이션이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이 외국인 원투펀치를 이루고, 국내투수로는 장원준과 유희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4명 모두 벌써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한 팀에서 4명의 투수가 15승을 돌파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춘다는 것은 욕심일 수 있지만, 올 시즌 두산 선발 마운드에서 유일한 고민은 5선발이었다. 시즌 초반 노경은(현 롯데)으로 시작했던 두산의 5선발 자리는 허준혁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안규영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최근 다시 허준혁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안규영과 허준혁을 바라보는 김태형 감독의 시선은 어떨까. 물론 둘 다 장점이 있기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5선발 기회가 주어졌지만, 동시에 불안한 면이 있기에 고정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허준혁에 대해 김 감독은 “공 자체는 괜찮다. 직구도 좋고, 변화구도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한 뒤 “그런데 갑자기 턱도 없이 볼볼볼 할 때가 있다. 그것도 크게 이기고 있는데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주자를 쌓아두고 한방 쾅 맞곤 한다. 유리할 때 타자를 쉽게 상대해야하는데 어렵게 승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늘 허준혁한테 공격적으로 던져라, 맞아도 된다고 하는데, 또 하나 맞으면 가뜩이나 안쓰러운 인상인데 인상을 푹 쓰고 그런다”며 웃었다.

안규영에 대해 김 감독은 “매우 공격적이다”고 운을 뗀 뒤 “그런데 너무 볼질을 안 해 문제다”며 웃었다. “그냥 스트라이크존만 보고 던진다. 그러다보니 1회 2~3점을 주고 시작할 때가 많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공은 아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가더라도 승부 과정에서 임팩트가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 볼카운트 1B-1S에서 결정구를 던질 때 베스트로 때리는 그런 게 있어야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한 것이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해 “결국 본인이 맞으면서 경험을 쌓는 거다. 본인이 느끼는 수밖에 없다”며 경험과 기다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준혁은 5선발 복귀전인 16일 청주 한화전에 기대 이상의 호투로 팀의 13-3 승리를 이끌었다. 물론 김 감독의 지적처럼 갑자기 예상 못한 시점에 ‘볼질’을 하면서 5개의 4사구(4볼넷+1사구)를 허용한 점이 다소 아쉽지만, 1회 수비 실책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1실점으로 막는 등 5.1이닝을 5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역투한 점은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5월26일 잠실 kt전 이후 82일 만의 승리로 시즌 4승(4패)째를 수확했다. 당분간 5선발로 고정될 가능성을 만들었다. 김 감독도 경기 후 “허준혁이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며 잘 던져줬다”며 흐뭇해했다.

청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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