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원-허경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 시즌을 앞두고 부동의 3번타자 김현수(볼티모어)가 미국으로 떠나며 두산 타선은 어려운 숙제를 안았다. KBO리그에서 손꼽히던 교타자의 공백이 워낙 커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기존 1번타자였던 민병헌을 3번으로 내리고 선두타자로 박건우를 낙점하면서 난제를 풀었다. 그러나 고민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1번과 3번 사이를 맡을 2번타자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즌 초반 2번에 배치된 정수빈이 좀처럼 슬럼프에서 벗어나오지 못하자 고민은 더욱 커져갔다. 결국 김 감독이 택한 해결책은 ‘플래툰 시스템’이었다. 상대선발의 유형에 따라 2번타자를 번갈아가며 기용해 효과를 봤다.
플래툰 시스템의 선봉에 선 타자는 오재원과 허경민이다. 상대선발이 우투수인 날엔 좌타자 오재원을 중용했고, 좌투수가 나오는 경기엔 허경민을 전진배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후반기만 놓고 볼 때 둘은 나란히 3할 중후반대 출루율을 기록하며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 오재원은 8경기에서 타율 0.258, 출루율 0.361을 올렸고, 허경민은 13경기에서 타율 0.302, 출루율 0.383을 기록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흐름을 이어간 데에 그치지 않고 공격 활로를 여러 차례 열었다는 사실이다. 오재원은 2번타순에서 병살타가 하나도 없었고, 허경민은 올 시즌 7홈런 중에서 3개를 후반기 2번타순에서 때려냈다.
당분간 이 같은 시스템을 계속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2번에 투입할 선수가 오재원과 허경민 말고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며 플래툰 시스템을 계속 활용할 방침을 내비쳤다.
사직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