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로 데뷔한 신예 김태리가 임순례 감독과 손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화려한 ‘스타’보다 연기에 집중하는 ‘배우’로의 활동을 택했다. 스포츠동아DB
임 감독 “건강한 매력이 영화와 잘 어울려”
수없이 쏟아진 러브콜 끝에 연기자 김태리가 임순례 감독의 손을 잡았다. 화려하고 달콤한 제안을 거절한 대신 작가주의 연출가로 인정받는 여성감독과 함께 영화 ‘리틀 포레스트’(제작 영화사 수박)를 완성하기로 했다.
김태리는 올해 영화계가 발굴하고 발견한 주인공으로 꼽히는 신예다. 5월 개봉한 영화 ‘아가씨’의 주인공으로 파격 발탁돼 연기를 시작한 그는 김민희와 하정우 등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는 당찬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연출자 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새 얼굴’, ‘1500대 1의 경쟁률 통과’ 등으로 화제를 더했다.
그런 김태리는 ‘아가씨’를 공개한 직후부터 다양한 장르의 영화는 물론 드라마 등 여러 작품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여느 톱스타 못지않게 다음 출연작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을 얻기도 했다. 그 가운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보장하는 영화 제안도 있었지만 김태리의 선택은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향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에 지쳐 시골 고향집으로 내려간 주인공이 농작물을 키우면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일본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원작의 팬을 자처하는 김태리는 작품이 가진 정서와 메시지, 임순례 감독을 향한 신뢰로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을 여러 제안을 뿌리치고 ‘리틀 포레스트’로 뛰어들었다. 작품이 가진 개성 탓에 신인 연기자가 소화하기 쉽지 않은 배역이지만 실력을 단단히 다지는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더욱이 박찬욱 감독에 이어 자신의 세계가 확실한 임순례 감독과 작업을 연이어 선택한 김태리의 행보 역시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영화계에서는 ‘스타’보다 ‘배우’의 길로 들어서려는 신인의 배포가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김태리는 ‘아가씨’ 개봉 당시 “유명세를 얻는 스타보다는 연기에만 집중하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한편으로 임순례 감독이 김태리를 발탁한 데는 그의 뚝심에 거는 기대가 작용했다. 임순례 감독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 건강한 매력이 느껴지는 배우”라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전하는 이번 영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확신을 드러냈다.
임순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극적이고 힘든 세상을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획 아래 김태리는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전원의 사계절은 물론 다양한 우리 음식 등을 스크린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될 전망이다.
김태리는 내년 1월부터 ‘리틀 포레스트’ 촬영을 시작한다. 영화가 사계절을 전부 담는 만큼 그에 맞춰 김태리 역시 약 1년의 시간을 ‘리틀 포레스트’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