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표·단장 동시교체로 선수단운용 실패
벤치 위기관리·선수들 집중력도 문제
수원삼성은 K리그를 대표해온 구단이다. 1996년 9번째 구단으로 뒤늦게 K리그에 합류했지만, ‘1등주의’를 표방하는 모기업 삼성의 모토대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우수선수들을 대거 스카우트해 데뷔 시즌에 대뜸 준우승을 차지했고, 일찌감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K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3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한국프로축구를 선도했다.
그러나 2016년 수원은 치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종료 직전 잇달아 2골을 내주고 2-2로 비기는 바람에 클래식(1부리그) 정규 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하위 스플릿(7∼12위)행이 확정됐다. K리그에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된 2012년 이후 수원이 상위 스플릿 진입에 실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은 2014년 4월 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에 따라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이후 예산을 대폭 줄였다. 그럼에도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수원이 이처럼 추락한 이유가 단순히 가벼워진 지갑 때문이 아니라고 추론할 수 없는 근거다.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해도 수원은 여전히 연간 2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쓰고 있다. 성적부진의 원인을 예산으로 국한한다면, 수원과 씀씀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상주상무나 광주FC의 선전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예고된 재앙’에 가깝다. 그 시작은 제일기획이 축구단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12월 그동안 축구와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온 김준식 삼성전자 부사장과 박창수 제일기획 상무를 각각 축구단 대표이사와 단장에 앉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의 효율성 유지를 위해 사장과 단장을 한꺼번에 교체하지 않는다. 선수단 운용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외국인선수 이고르와 카스탈렌이다. 이고르는 고작 2경기, 카스탈렌은 3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많든 적든 제대로 돈을 못 썼다는 얘기에 불과하다.
수원삼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코칭스태프와 선수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원은 올 시즌 유독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하며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지는’ 뒷심 부족에 시달려왔다. 24일 인천전도 그랬다. 한두 번이면 실수라고 여기겠지만, 수차례 반복되면 이 또한 실력이다. 벤치의 위기관리능력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 선수들의 정신자세도 아쉽다.
2년 연속 클래식 챔피언에 올랐던 전북현대와 수원의 최대 라이벌 FC서울은 올 시즌 클래식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전북과 서울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 맞대결도 앞두고 있다. 수원이 더욱 초라해 보이는 이유다.
하위 스플릿에서 생존경쟁을 펼치게 된 수원은 10월 26일 FA컵 준결승을 치른다. 명예회복의 기회는 아직 남아있지만, 수원의 첫 하위 스플릿 추락은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 다가온다. 서울 구단의 한 관계자는 “K리그 전체를 생각했을 때 수원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쩌다 수원이 이런 지경이 됐는지 진정으로 안타깝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