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등판 타이밍과 SK의 말뿐인 총력전

입력 2016-09-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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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불과 보름 전만 해도 SK는 4·5위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었다. 8월 말부터 2차례 3연패가 있었지만, 9월 초부터 이를 모두 만회하는 6연승을 달렸다. 9일 문학 넥센전 승리로 65승65패, 5할 승률을 회복하며 4위 자리를 굳히나 싶었다.

유독 가을만 되면 강해지는 SK를 두고 ‘가을 DNA’란 말이 또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믿기 힘든 연패가 이어졌다. 잔여경기 일정이 3주간 일주일에 2경기씩만 치르면 돼 원투펀치인 김광현과 메릴 켈리를 중심으로 마운드 총력전이 가능했으나, 마지막 정규 일정에서 8연패를 당했다. 경기를 많이 치른데 따른 불리함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SK는 잔여경기 첫 일정이던 23일 수원 kt전에 켈리를 등판시켰다. 사실상 팀의 명운이 달린 경기였다. 켈리는 17일 문학 NC전 7.2이닝 2실점 이후 5일 휴식을 취한 정상 일정을 소화했다. 순서대로라면 김광현이 나와야 할 상황이지만, 앞서 16일 문학 삼성전에 나선 김광현은 벤치에 앉았다. 켈리는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으나, SK는 ‘총력전’ 선언이 무색할 만큼 마무리 박희수 등을 아끼다 연장 10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김광현은 25일 문학 한화전에 나섰다. 그러나 3선발 윤희상에 이은 2번째 투수였다. 잔여경기 총력전 계획은 김광현-켈리의 원투펀치가 기본 바탕이었다. 그러나 SK는 컨디션을 이유로 김광현을 불펜에 대기시켰다.

선발 윤희상(5이닝 2실점)에 이어 등판한 김광현은 3이닝 퍼펙트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등 구위에 문제는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9연패를 마감할 수 있었지만, 이미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등불은 kt전에서 희미해진 상태였다. 기차가 떠난 뒤에야 손만 흔든 격이었다. 김광현은 2015년 10월 3일 문학 NC전 이후 358일만에 개인 통산 2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SK는 연패 기간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선수들은 집중력 부족으로 수비 실수를 연발했고, 마음만 앞선 성급한 주루사도 잦았다. 벤치는 말뿐인 총력전으로 흐름을 놓쳤다. 시즌 끝까지 필승조도 구축하지 못하고 채병용 1명에게 의존하다 불펜도 무너졌다.

잔여경기 첫 주, 말뿐인 총력전은 SK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더 이상 가을 DNA는 없었다. SK가 너무 빨리 백기를 들어버린 게 아닐까.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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