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동아닷컴DB
1947년생인 윤여정은 올해 만으로 69세. 스스로를 ‘노배우’로 칭하는 그가 “지금까지 연기하며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강조하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를 6일 내놓는다.
노년의 ‘성매매’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나이 듦과 죽음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윤여정은 그 대변자 역할을 맡는다. 개봉에 앞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소재와 작품이 담은 메시지를 넘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윤여정의 변신에 시선을 닿게 한다. 그동안 관객과 시청자가 익숙하게 봐 온 윤여정의 모습은 사라진 듯한 다른 개성이다.
‘죽여주는 여자’는 왕성하게 연기 활동을 하는 윤여정의 최근 행보에 비춰 가장 주목할 만한 변신과 도전으로 기록될 만하다. 비극적인 인생을 살아왔고 지금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년여성의 스산한 삶이 주름진 윤여정의 얼굴을 통해 완성된다.
오래 전부터 노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둬 왔다는 이재용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도, 시나리오를 쓸 때도 윤여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품”이라고 했다.
윤여정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50년간 해온 “배우라는 직업을 새삼 돌아봤다”고 했다. “배우는 극한직업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우울하고 힘든 나날이었다”며 “나이 들면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 모르고 죽었으면 좋았을 다른 세상을 영화로 담았다”고 밝혔다.
영화는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20여곳의 해외 영화제에 출품됐다. 윤여정은 특히 8월 말 열린 제20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서 ‘다른 나라에서’, ‘돈의 맛’ 등 영화로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온 노배우의 관록의 다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결과다.
윤여정이 우울증을 무릅쓰고 이에 도전한 배경은 이재용 감독과 작업에 거는 기대였다. 이재용 감독은 “성매매 노인에서 출발하지만 영화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며 “100세 시대가 축복인지 재앙인지 의문이 드는 시대에 다양한 노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공론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