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라드다①] 힘들 땐 어떤 노래가 날 위로하지? 발라드!

입력 2016-10-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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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가을, 무엇엔가 위로받고 싶을 때.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을 때. 하지만 이별의 아픔은 피할 수 없고…. 발라드 음악은 바로 그런 감성으로부터 태어나 다시 가슴을 적신다. 다비치, 볼빨간 사춘기, 박효신, 임창정, 한동근(왼쪽부터)은 그 깊은 감성의 대표주자들이다. 사진제공|cj E&M·쇼파르뮤직·글러브엔터테인먼트·nh엔터테인먼트·플레디스

■ 이 가을, 다시 부는 발라드 열풍

소리에 대한 최고의 감흥으로 흔히 음악을 꼽는다. 반복노출에 대한 반감이 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 역시 음악이다.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갖가지 감정을 경험한다. 그 변화무쌍한 감정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음악이 발라드다. 발라드 음악은 사랑과 이별을 영원한 주제로 삼는다. 가을이 지나가는 시기, 발라드가 다시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다비치·박효신부터 박보검까지
발라드 곡들 가을 음원차트 점령
신승훈 “공감” 거미 “위로의 힘”


감성이 무르익는 계절, 가요계에 발라드 잔치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13일 오후 2시 현재 멜론 실시간 차트 10위권은 발라드 차지다. 다비치 ‘내 옆에 그대인걸’을 시작으로 볼빨간 사춘기 ‘우주를 줄게’, 박효신 ‘숨’, 임창정 ‘내가 저지른 사랑’, 젝스키스 ‘세 단어’, 한동근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해’까지 발라드 장르 노래가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신용재 ‘빌려줄게’, 박보검이 부른 ‘구르미 그린 달빛’ 삽입곡 ‘내 사람’ 등도 호시탐탐 진입을 노리고 있다. 아이돌 댄스곡과 힙합곡이 음원차트를 점령하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발라드가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이에 발라드의 열풍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발라드 강점은 ‘보편성’

현재의 발라드 열풍은 계절적 요인도 크다. 공기가 서늘해지면서 사람들이 감성에 젖고, 정신적 공허를 채우기 위해 감성적인 음악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가을엔 발라드의 공급도 늘어난다.

음악사이트 지니를 운영하는 kt뮤직 최윤선 홍보팀장은 “지난 2년간의 스트리밍 데이터를 분석해 계절에 따른 장르별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발라드가 사계절 내내 1위였다. 음악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는 발라드라는 사실을 새삼 증명해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그만큼 발라드는 서정성을 강조하는 음악이다. 대부분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 발라드의 이 같은 본질이 인간의 보편적 감정에 관한 것이기에 시대에 걸쳐 꾸준히 사랑받는다. 발라드의 보편성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듣고, 또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김광석) ‘아이 빌리브’(신승훈) 등을 작곡한 국내 대표적인 발라드 작곡가 김형석은 “발라드는 보편타당하게 사람의 감성을 아우르는 음악이다. 멜로디와 가사를 중시해 감성적인 면에서 전달력도 좋아 언제나 꾸준히 사랑받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가수 거미도 “발라드는 음악 장르 중에서 남녀노소 폭넓은 층에 가장 사랑 받는 친근한 장르”라고 했다.

발라드는 또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사연을 노래하는 까닭에 감정이입을 유발하고,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듣는 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공감을 얻는 것도 그 덕분이다. 그렇게 발라드는 강한 통속성을 얻는다.

‘발라드 황제’로 불리는 신승훈은 “발라드는 언제 들어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다. 누구라도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자기화’할 수 있는 장르”라 평했다.


● 발라드는 치유의 음악

발라드가 일으킨 공감은 치유로 이어진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은 감정이 곧 치유다. 1980년대 발라드의 꽃을 피웠던 가수 변진섭은 “발라드의 매력이란 누구라도 주인공이 되게 하는, ‘나의 이야기’이며 사연을 담는 노래가 된다는 데 있다. 내가 힘들 때 위로받고 힐링하는 데는 그 어떤 장르보다 으뜸”이라고 했다. 가수 한동근 역시 “노래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공감하고 교감하는 음악”이라며 “공감을 자각하는 순간, 내 안에서 치유의 에너지가 끓어오르면서 지친 하루가 끝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가수 거미는 “감성이 풍부하고 ‘한’이 있는 한국인의 혼을 반영하기에 적합한 장르다. 풍부한 그 감성을 가사로 쉽게 풀어내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한 장르가 발라드”라며 “어려운 경제상황에 재난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가사와 멜로디가 있는 발라드가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위로’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 “유행에 밀릴 뿐, 발라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보편성은 때로 트렌드에 뒤쳐져 보이게도 한다. 어떤 장르가 유행하면, 발라드는 뒤로 밀려나곤 하기 때문이다.

변진섭은 “발라드는 항상 주목 받고, 사랑받았다. 단지 다른 장르가 강세를 보일 때 은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신승훈도 “발라드는 공격적이지 않다. 전주가 있고, 기승전결이라는 형식을 갖춘다. 그래서 파괴력이 크다고 할 수 없다. 발라드가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발라드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다른 음악이 잠시 위에 오르는 것이고, 그 음악이 서서히 밀려나면 발라드가 다시 보이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만큼 보편성은 발라드에 기나긴 생명력을 부여한다. 감정의 동물인 사람의 보편적 감성을 노래하기에 영원한 아이템이다. 가수 린은 “어떤 온도(환경)에도 어울리는 음악”이라며 “내 감성에 필요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 같은 음악”이라고 말했다.


● 발라드와 한국형 발라드

발라드(ballad)는 중세 유럽의 서사적 민요의 이름이었으나, 음악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통속적 가곡을 뜻했다. 현재는 서정적인 사랑 노래를 발라드라 일컫는다. 한국의 대중가요계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서정적이고 애절한 사랑 노래를 지칭하는 양식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피아노를 중심 악기로 한 반주와 화려한 화성 및 선율에 사랑의 애절한 감정을 섬세하게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형 발라드는 1970∼80년대 서정적 포크음악을 토대로, 유재하 이영훈(이문세 작곡가)이 완성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포크보다 더욱 세련된 팝 발라드 멜로디에 피아노와 현악기가 가미된 편곡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신승훈은 “이들의 곡은 당시 한국에서 많이 쓰지 않은 코드인데도 굉장히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기타로는 느낄 수 없는 편곡으로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느끼게 했고, 지금의 발라드가 완성됐다”고 평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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