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대체불가’ 밴 헤켄이 증명한 ‘에이스 불변의 법칙’

입력 2016-10-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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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밴 헤켄.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넥센 구단은 2015시즌이 끝난 뒤 ‘슬픈 소식’을 접했다. 앤디 밴 헤켄이 일본프로야구(NPB)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4년간(2012~2015시즌) 58승(32패)을 따낸 그를 미련 없이 놓아주며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그러나 마음 한켠의 아쉬움마저 지우진 못했다. 밴 헤켄은 넥센의 3년 연속(2013~2015시즌) 포스트시즌(PS) 진출에 큰 힘을 보탠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넥센으로선 조상우, 한현희(이상 팔꿈치 수술), 손승락(롯데 이적)의 이탈과 맞물린 엄청난 악재였다.

그러나 밴 헤켄은 올 시즌 NPB 1군 10경기에서 4패, 방어율 6.31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어깨에 통증을 느껴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7월15일 세이부에서 웨이버 공시됐을 때 의문부호가 붙은 이유다. 그러나 넥센은 고민하지 않았다. 보장 연봉 없이 옵션 10만 달러에 밴 헤켄을 데려왔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밴 헤켄은 구위보다 메카닉을 앞세운 투수였고, 4년간 58승을 거둔 경험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밴 헤켄에게 기대하는 건 1선발 역할”이라고 강조한 이유. 밴 헤켄은 “KBO리그로 복귀한다면 행선지는 넥센뿐이었다”며 “구속도 전성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1군 12경기에서 7승3패, 방어율 3.38의 성적을 거두며 모두의 우려를 기우로 바꿨다. 연승을 잇고 연패를 끊어주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P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염 감독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을 앞두고 “오늘이 승부처”라고 강조했다. 밴 헤켄이 등판한 경기를 내주면 전망이 어둡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밴 헤켄이 오늘 경기를 잡아주면 5차전 승부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1차전(0-7 패) 선발로 스캇 맥그레거를 내보낸 것도 밴 헤켄이 필승카드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넥센이 5-1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경기 후 7.2이닝 1실점 승리투수가 되며 데일리 MVP에 선정된 넥센 밴헤켄이 1루 넥센 응원단을 향해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밴 헤켄은 역시 에이스다웠다. 이날 7.2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5삼진 1실점의 호투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구속 143㎞의 직구와 포크볼,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포크볼을 무조건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활용하지 않고, 중간중간 섞어 던지며 노림수를 뺏었다. 히메네스와 문선재를 시속 143㎞ 직구로 삼진 처리한 것이 좋은 예다. “상대 타자들이 밴 헤켄의 포크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럴 때 직구로 삼진을 잡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염 감독의 말이 맞았다.

밴 헤켄은 경기 후 “포수 박동원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다 보니 경기 중에 어떤 공이 잘 통하는지 안다. 서로 잘 아는 부분을 최대한 활용했다. 여러 구종을 섞어서 스트라이크존에 던졌고, 직구를 함께 던진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날도 삼진을 솎아낸 결정구 5개 중 3개가 직구(포크볼 2개)였다. 특히 8회 정상호를 상대로 3B-0S의 볼카운트에서 직구 4개를 연달아 스트라이크존에 꽂은 장면은 백미였다. 염 감독은 “밴 헤켄이 가장 좋을 때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넥센은 5전3선승제의 준PO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밴 헤켄이 확실한 필승카드라는 점을 다시금 입증한 것도 소득이다. 이날 포함 밴 헤켄의 PS 통산성적은 8경기 3승(2패), 방어율 2.18(53.2이닝 13자책점). 그야말로 ‘빅 게임 피처’가 따로 없다. 잠시 넥센을 떠나 있었지만 밴 헤켄을 상징하는 세 글자는 변함없다. 그 세 글자는 바로 ‘에이스’다. 밴 헤켄은 “2014시즌 한국시리즈(KS)에서 패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올해는 꼭 넥센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다”고 외쳤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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