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은 피보다 진하다…형제만큼 끈끈한 절친들의 농구인생

입력 2016-11-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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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과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이 모비스에서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추던 시절 경기 도중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지금은 각자의 활동무대가 다르지만, 둘은 틈나는 대로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농구계의 대표적 ‘절친’이다. 스포츠동아DB

이상민·서장훈·김승현, 서로 고민 터놓는사이
유재학·임근배, 농구철학 하나로 함께한 15년
문경은·전희철, 동네주민서 감독-코치 한솥밥
양동근·조성민, 중학교·軍·대표팀 최고 단짝
이승현·이종현·최준용, 대학 선후배&라이벌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옛말이 있다. 혈육을 나눈 가족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즘 한국사회에선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는 말이 화제다.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이는 혈연관계를 뛰어넘은 특수한 관계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물론 최 씨 일가의 국정농단 파문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농구계에는 오래전부터 ‘피보다 진한 물’을 연상시키는 단짝들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상민-서장훈-김승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이상민&서장훈&김승현

최근 방송인으로 익숙한 서장훈(42)과 남자프로농구 삼성 이상민(44) 감독은 농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절친’이다. 대부분은 이들의 인연을 연세대 시절부터로 생각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우애를 나눴다. 이 감독이 홍대부고 3학년 때 휘문고 1학년이던 서장훈과 청소년대표팀에서 룸메이트로 만났다. 다정다감한 성격의 이 감독은 서장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좋은 형’이었다.

고교 시절 초특급 센터로 대학팀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던 서장훈이 연세대로 진로를 결정한 데는 이 감독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서장훈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007년 이 감독과 같은 팀에서 뛰고자 KCC에 입단했다. 그러나 운명은 짓궂었다. 서장훈의 전 소속팀 삼성이 보상선수로 이 감독을 지명했다. 결국 둘은 프로에선 한솥밥을 먹지 못한 채 은퇴했다.

이 감독은 “우리 둘은 성격이 반대다. 나는 익숙한 자리가 아니면 말이 별로 없지만, (서)장훈이는 어디서든지 말을 잘한다. 평소에도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인데, 내가 잘 들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둘의 우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장훈은 김승현(38·은퇴)과도 각별한 사이다. 둘은 2002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생활을 함께하면서 가까워졌다. 선수 시절 안정적 플레이를 선호했던 서장훈은 실책이 많은 김승현의 플레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그가 얼마나 좋은 포인트가드인지를 깨달았다. 또 코트 밖에서 술잔을 함께 기울이며 서로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2014년 김승현이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서 고민할 때도 가장 큰 힘이 된 이는 서장훈이었다.


● 유재학&임근배

남자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53) 감독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임근배(49) 감독은 사령탑과 코치로 인연을 맺어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된 사례다. 유 감독은 1998년 대우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35세로 프로농구 최연소 감독이었다. 문제는 코치 선임이었다. 젊은 나이에 감독이 되다보니 자신보다 어린 코치를 찾기가 어려웠다. 대개 감독들은 자신의 수발을 들어줄 ‘잘 아는 동생’을 코치로 선호하는데, 유 감독은 함께 농구를 배워가고 자신의 철학을 나눌 인물을 찾았다.

유 감독과 임 감독은 학창 시절과 실업 시절 한 팀에 몸담은 적이 없었다. 연락처도 서로 몰랐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임 감독에 대한 평이 엄청 좋았다. 인성도 올바르고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알아내 코치를 제안했는데, 그 때는 임 감독도 현대(현 KCC) 코치를 하고 있어서 당장은 올 수 없다고 하더라. 1년 뒤 코치로 왔다”고 떠올렸다. 둘은 1999년부터 2013년까지 감독과 코치로 인연을 이어갔다. 지금은 각자 활동무대가 다르지만, 틈나는 대로 함께 식사를 한다.

문경은-전희철(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문경은&전희철

문경은(45) 감독과 전희철(43) 코치는 SK에서 2011년부터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농구대잔치 시절을 기억하는 농구팬들에게 둘은 연세대(문경은)와 고려대(전희철)의 주축선수로 치열한 대결을 펼친 사이로 기억되고 있다. 둘은 2005년 SK 선수로 만나기까지 소속 팀이 달랐다. 문 감독은 연세대 졸업 후 삼성∼SK 빅스(현 전자랜드)를 거쳐 2006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전 코치는 고려대 졸업 후 오리온∼KCC를 거쳐 2005년 SK에 합류했다. SK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각자 다른 팀에서 뛰었지만, 국가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하면서 친분을 맺었다.

둘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은 2002년 전 코치가 결혼하면서부터다. 전 코치는 결혼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문 감독과 같은 동네였다. 동네 형·동생 사이가 된 것이다. 전 코치는 “집이 가깝다보니 소속팀이 다를 때도 시간이 맞으면 동네에서 만나 술 한 잔씩을 하고는 했다. 가족끼리도 자주 만났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로 지낸 것은 (김)병철(오리온 코치)이와 (우)지원(은퇴)이인데, 둘보다 (문경은) 감독님이랑 훨씬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문 감독과 전 코치는 한 동네에 산다.

양동근-조성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양동근&조성민

현역 프로농구 최고선수인 양동근(35·모비스)과 조성민(33·kt)도 단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둘이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생 때다. 양동근은 “중학교(삼선중) 3학년 때 전주남중이 전지훈련을 왔는데, 그 때 (조)성민이를 처음 봤다. 성민이는 고등학교 때 키가 큰 케이스다. 중학교 때만 해도 엄청 작았다. 피부도 엄청 하얗고…. 완전 애기였다”며 웃었다. 둘은 한양대에서 2년 선후배 사이로 재회했다. 배고픈 시절을 함께했다. 양동근은 “하루는 외박을 받았는데, 둘 다 돈이 없어서 학교 앞 술집에서 미역국 하나 시켜놓고 소주만 엄청 마셨다”고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프로에서 양동근은 모비스, 조성민은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소속팀은 다르지만,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동기로 한솥밥을 먹었고 제대 후에는 오랜 시간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합작했다.

둘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도수(35·오리온)다. 김도수는 양동근의 초등학교 친구, 조성민의 절친한 선배다. 양동근은 김도수를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김도수 역시 양동근, 조성민과 군 생활을 함께했다. 셋은 가족끼리도 함께 만나 식사를 나누면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승현-이종현-최준용(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이승현&이종현&최준용

남자프로농구의 ‘슈퍼 루키’ 이종현(22·모비스)은 고려대 2년 선배인 ‘이승현(24·오리온) 워너비’다. 이종현은 고려대 1학년 때부터 대학 최고 센터로 이름을 날렸는데, 여기에는 이종현이 빛날 수 있도록 궂은일을 도맡은 이승현의 존재가 있었다. 이종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늘 이승현을 믿고 따른다. 코트를 호령하는 센터지만, 코트 밖에선 이승현에게 ‘귀여운 동생’이다.

이종현은 지난달 KBL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KBL 두목’(이승현)을 잡으러 가겠다”며 이승현과의 경쟁을 선언했는데, 이를 들은 이승현은 “진짜 웃긴 녀석이다. 드래프트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존경하느니 어쩌니 말해놓고, 단상 위에 올라가서 날 잡으러 온다고 하더라. 부상부터 낫고 도전하라”며 웃었다. 이종현은 발목 피로골절로 개점휴업 중이다. 12월이 돼야 정식 데뷔가 가능하다.

이종현은 신인 드래프트 동기인 최준용(22·SK)과도 각별한 사이다. 경복고 동창인 둘은 대학 시절 코트에선 라이벌 고려대(이종현)와 연세대(최준용)의 주축선수로 맞섰지만, 코트를 벗어나면 둘도 없는 친구로 돌아가 우정을 나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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