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가 13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이토엔레이디스토너먼트에서 한국선수로는 5번째로 개인통산 20승을 달성했다. 지난 6월 어스몬다민컵 우승 부상으로 스포츠카를 받은 이보미가 주최 측에서 준비한 케이크를 들고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 프로골퍼 이보미
상금왕 2연패·역대 최다상금 2위 도전
이보미(28)가 웃음을 되찾았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14일 전화통화에서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유난히 밝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목소리에 힘이 없었는데 일주일 만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날 늦게 일본 고베의 집으로 왔다. 도쿄 인근 치바현에서 경기를 치른 이보미는 끝나자마자 몰려드는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하느라 쉽게 골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해가 진 뒤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불과 하루 차이였지만, 이보미는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약 3개월 동안 우승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던 지난 몇 주와 달리 이날 아침은 한결 편안했다. 게다가 아침엔 우승만큼 기분 좋은 일도 있었다. 6월 어스몬다민컵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스포츠카를 받으러 집 근처의 자동차 매장에 다녀왔다. 빨간색 스포츠카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보낸 이보미의 얼굴에선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기다렸던 20번째 우승은 쉽게 오지 않았다. 13일 일본 치바현 그레이트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 1타 차 2위였던 리츠코 류가 쉽지 않은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승부가 연장(합계 10언더파 206타)으로 이어졌다. 그 순간 이보미는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그리고 우승만 생각했다. 이보미는 “이번에는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기고 싶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앞서 이보미는 몇 번의 우승 기회를 놓쳤다. 니토리 레이디스 2위, 골프5 레이디스 3위, 스탠리 레이디스 2위, 노부타 챔피언십과 미쓰비시 레이디스 4위로 20승 고지를 넘지 못했다.
승부는 연장 2차전까지 계속됐다. 리츠코 류 역시 올해 2승을 기록했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보미가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 2차전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리츠코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8월 CAT 레이디스에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19승째를 기록한 뒤 12번째 경기 만에 기다렸던 20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승은 여러 의미가 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이보미가 꼭 이뤄야 할 목표 중 하나였다. 2011년 JLPGA로 진출한 이보미는 2012년 3승을 거둔 이후 해마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3년 2승, 2014년 3승에 이어 지난해 7승을 기록해 20승에 단 5승만 남겨뒀다. 그리고 올해 26번째 경기에서 그 목표를 이뤘다. JLPGA 진출 이후 통산 156경기 만에 20승을 채웠다. 7.8 경기 만에 1승씩 기록하는 놀라운 승률이다.
이보미는 “20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지난주까지 남은 기간 1승을 추가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편해졌다”며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이보미에겐 두 가지 목표가 더 남아 있다. 상금왕 2연패와 JLPGA 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상금 2위 기록이다. 거의 다 왔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상금왕 2연패의 경쟁자는 동갑내기 신지애(28)다. 이보미 1억7330만4764엔, 신지애 1억3645만8013엔으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 그러나 상대는 신지애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JLPGA 투어는 2경기가 남아 있으며, 엘르에어 레이디스 1800만엔, 마지막 대회인 리코컵챔피언십에는 2500만엔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다.
또 다른 목표는 2009년 요코미네 사루라가 세운 상금(33경기 출전 1억7501만6384엔)이다. 이보미는 지난해 일본 남녀 프로골프 통산 한 시즌 최다 상금 신기록(32경기출전 2억3049만7057엔)을 세운 만큼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선수가 갖고 있는 기록이기에 목표로 정했다. 이보미는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며 더욱 굳게 마음을 먹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