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8km 철도여정…‘동토의 왕국’ 시베리아 평원이 주는 선물

입력 2016-11-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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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의 로망, 대륙횡단 철도여행의 끝판왕 시베리아 횡단철도.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시베리아 타이거숲 근처 역에 정차한 열차 승객들이 겨울 풍광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마중여행사

해외여행의 로망, 대륙횡단 철도여행의 끝판왕 시베리아 횡단철도.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시베리아 타이거숲 근처 역에 정차한 열차 승객들이 겨울 풍광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마중여행사

■ 시베리아 횡단철도여행에 도전하다(상)

해외여행의 로망이라면 다른 사람이 쉽게 가기 힘든 곳을 방문하거나 인생의 추억으로 남을 각별한 경험을 얻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크루즈 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욕구가 반영된 트렌드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많이 대중화된 크루즈 여행이 시시하게 여겨진다면 눈을 육상으로 돌려보자. 크루즈 못지않은 장대한 여정을 누리면서 색다른 경험도 제공하는 것이 있다. 바로 대륙횡단철도 여행이다.

특히‘동토의 왕국’러시아를 질주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여행의 재미와 경험이란 측면에서 다른 어떤 철도여행보다 압도적이다.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지닌 도시를 만나고 광활한 시베리아 평원과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이칼 호수에서는 대자연의 경이를 느낄 수 있다. 스포츠동아는 두 번에 걸쳐 시베리아횡단철도 여행의 남다른 매력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여행의 특성과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등 여정에서 만나는 도시들이다.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잇는 세계 최장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 두개 대륙 통과

‘시베리아 파리’ 이르쿠츠크까지 알찬 여행
광활한 자연과 러시아 건축물 등 곳곳이 명소



● 세계서 가장 긴 철도, 서울∼부산 22번 왕복 거리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동서횡단철도다. 총연장 9288km로 지구 둘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서울과 부산까지 22번 왕복하는 거리로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비행기 직항으로 날아가도 9시간 반이 넘게 걸리고, 만약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종착역까지 달린다면 6박7일 15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길다 보니 철도의 양 끝,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는 무려 11시간의 시차가 있다. 그래서 달리는 동안 시간대가 7번이나 바뀐다.(혼란을 막기 위해 열차 내에서는 모스크바 시간대를 기준으로 한다)

엄청난 길이 때문에 우랄 산맥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아시아(7512km), 서쪽은 유럽(1777km)으로 철도는 두 개의 대륙을 통과한다. 두 대륙의 경계는 모스크바로부터 1778km 지점인 페르보우랄스크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알리는 기념비가 있다. 열차는 총 90여 개의 도시들을 지나는 데 이중 50여개 역에 정차한다. 또한 아무르, 레나, 예니세이, 오브, 볼가 등 유라시아 대륙을 흐르는 16개의 강을 지나간다.

이르쿠츠크 알렉산더 3세 동상.

이르쿠츠크 알렉산더 3세 동상.



● 80km 느림보 기차에서 만끽하는 ‘슬로우 투어’와 아날로그 정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은 전체 구간 중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로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분이라고 해도 4115km 길이에 탑승시간만 75시간, 3일이 넘는다.

물론 열차의 시설이나 서비스 등에서는 훨씬 더 안락하고 쾌적한 횡단열차들이 있다.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각별한 매력이 있다. 우선 광활한 대륙을 달린다는 그 자체가 매력이다. 이틀을 꼬박 달려도 오막살이 한 채 볼 수 없는 오지, 겨울이라면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적막한 시베리아 평원을 달리는 여행은 그 자체가 압도적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속도는 시속 80∼90km 정도다. 요즘 초고속열차와 비교하면 느림보 열차다. 하지만 이런 느림이 또한 재미다. 눈앞으로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풍광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특히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타는 것은 익숙한 세상과의 단절이다. 팩스나 인터넷은 고사하고, 전화나 TV도 없다. 그동안 친숙했던 각종 첨단 미디어와 기기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철도여행에서 만나는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스크, 이르쿠츠크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 동해와 맞닿은 항구도시다. 일제 강점기 항일 운동의 중심지로 애국지사들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구한말 한인들의 생활터전이었던 신한촌 기념비를 비롯해 혁명전사광장이라고도 불리는 중앙광장, 러시아혁명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블라디보스토크역, 잠수함 C-56 박물관, 도시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독수리 전망대. 2차대전 때 전사한 무명용사를 기리는 영원의 불꽃 등의 명소가 있다.

하바로스크는 아무르강 유역의 도시로 행정, 산업, 교통의 중심지이자 극동지역 최대 도시다. 아무르강은 우리에겐 중국 이름 헤이룽강(흑룡강)으로 익숙한 곳이다. 하바로프스크 역시 일제 강점기 좌파 독립운동가들의 본거지였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김유천 거리가 당시 한인 독립운동가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성모승천사원’으로 유명한 러시아 정교회 우스펜스키 성당이 있는 콤소물 광장,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정교회 성당이 있는 명예광장, 지리학 박물관 향토박물관, 아무르 전망대 등이 주요 관광 명소다.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 도시들 중 유일하게 35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릴 만큼 유럽에 맞먹는 문화도시로 명성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탈치가 주요 관광명소다. ‘탈치’는 봄이란 뜻으로 이 지역의 오래된 목조 건축물 견본을 시베리아 여러 곳에서 가져와 전시한 박물관이다. 샤머니즘과 러시아 정교회가 추구하는 전통양식, 유럽 바로크 형식이 혼합된 이른바 ‘시베리아의 바로크’ 형식의 독특한 건물도 많다.
겨울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바이칼 기행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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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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