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 “FA는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행사가 끝나자마자 14일 김재호를 만났다. 그리고 계약을 끌어냈다. 이는 곧 김재호와 오랜 교감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두산은 FA를 선택할 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팀이다. 김재호를 반드시 잡아야 할 필수전력으로 판단한 이상, 외부의 시선은 둘째 문제가 됐다. ‘객관적으로 볼 때, FA 시장에서 김재호보다 데이터 지표가 좋은 야수나 투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팀 두산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김재호’라는 것이 두산의 확고한 생각이다. 당장 김재호가 없다고 가정하면 두산은 막막해진다. 류지혁(22), 서예일(23) 등 잠재력 갖춘 내야수들이 경험을 쌓고 있지만 향후 3~4년은 김재호가 내야 축이 되어줘야 ‘왕조’가 건재할 수 있다. 김 단장은 “김재호가 남아야 센터라인(포수 양의지~2루수 오재원~유격수 김재호~중견수 민병헌)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다른 팀에 빼앗길 수도 있었다”
FA 협상은 구조적으로 선수가 ‘갑’이다. 1명의 선수를 두고, 여러 구단이 경쟁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외는 다른 구단이 FA 선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때다. 이러면 가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은 김재호를 노리는 구단이 바깥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수도권 두 구단이 직, 간접적 제안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웬만하면 두산에 남고 싶다”는 김재호의 마음은 믿었다. 그러나 계약서에 사인하기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기도 하다. 흥정은 두산에 불리할 수 있었고, 소모적 앙금을 남길 수도 있다. 결국 두산은 협상보다는 정공법으로 나갔다. 처음부터 최고 조건을 제시했고, FA 계약 1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FA 시장 최우선 과제를 일찌감치 해결함으로써 향후 정국 대처도 유연해질 수 있게 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