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FA 50억, 두산은 어떻게 계산했나

입력 2016-11-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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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프리에이전트(FA) 유격수 김재호(31)를 잔류시키기 위한 두산의 베팅을 놓고, 말들이 많다. ‘김재호의 데이터를 고려할 때, 4년 총액 50억원은 과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김재호는 2016시즌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는데 137경기 출전에 타율 0.310 (129안타) 7홈런 78타점이었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가뜩이나 거품 낀 FA 시장의 판이 더 커질 수 있다’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과 별개로 이 돈을 투자한 주체인 두산 프런트는 어디보다도 생각을 많이 한 끝에 금액을 결정했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두산 돈을 허투루 쓰는 조직이 아니다. 왜 김재호에게 풀베팅을 감행했는지 두산 프런트의 총괄자인 김태룡 단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FA는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행사가 끝나자마자 14일 김재호를 만났다. 그리고 계약을 끌어냈다. 이는 곧 김재호와 오랜 교감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두산은 FA를 선택할 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팀이다. 김재호를 반드시 잡아야 할 필수전력으로 판단한 이상, 외부의 시선은 둘째 문제가 됐다. ‘객관적으로 볼 때, FA 시장에서 김재호보다 데이터 지표가 좋은 야수나 투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팀 두산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김재호’라는 것이 두산의 확고한 생각이다. 당장 김재호가 없다고 가정하면 두산은 막막해진다. 류지혁(22), 서예일(23) 등 잠재력 갖춘 내야수들이 경험을 쌓고 있지만 향후 3~4년은 김재호가 내야 축이 되어줘야 ‘왕조’가 건재할 수 있다. 김 단장은 “김재호가 남아야 센터라인(포수 양의지~2루수 오재원~유격수 김재호~중견수 민병헌)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다른 팀에 빼앗길 수도 있었다”

FA 협상은 구조적으로 선수가 ‘갑’이다. 1명의 선수를 두고, 여러 구단이 경쟁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외는 다른 구단이 FA 선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때다. 이러면 가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은 김재호를 노리는 구단이 바깥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수도권 두 구단이 직, 간접적 제안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웬만하면 두산에 남고 싶다”는 김재호의 마음은 믿었다. 그러나 계약서에 사인하기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기도 하다. 흥정은 두산에 불리할 수 있었고, 소모적 앙금을 남길 수도 있다. 결국 두산은 협상보다는 정공법으로 나갔다. 처음부터 최고 조건을 제시했고, FA 계약 1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FA 시장 최우선 과제를 일찌감치 해결함으로써 향후 정국 대처도 유연해질 수 있게 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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