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에서 활약한 방송인 겸 배우 오정연은 자신의 연기 도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표현처럼 오정연의 연기 도전은 파격적이면서도 다소 무모해 보였다. 전문 연기자조차 힘들어 하는 긴 호흡의 일일 드라마를 연기 데뷔작으로 선택했기 때문.
“예전에는 시청자 입장에서 ‘일일 드라마는 길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이 정도로 타이트한 작업이라는 건 전혀 몰랐어요. 선배 배우들도 ‘이렇게까지 힘든 작업은 처음 해봤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오정연에게 있어 이 작품이 만만치 않았던 이유는 결코 빡빡한 일정이나 밤샘 촬영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KBS 아나운서 출신 진행자에서 연기자로 데뷔한 작품이었기에 배우들과 시청자 모두에게 ‘오정연이 왜 나와야 하는가’를 증명해야만 했다.
“10년 동안 방송을 해 왔으니 대본을 외우는 일, 발음, 대사 전달력은 괜찮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죠. 그런데 그런 부분은 정말 일부분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절제하고 억제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었는데 연기는 절제가 아닌, 캐릭터를 표현하고 설명하는 일이다 보니 어려웠어요. 그리고 늘 카메라를 보면서 방송을 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연기를 하면서 카메라를 쳐다본 적도 있어요.(웃음)”
이런 좌충우돌 과정을 거쳐 오정연은 초등생 아들을 둔 극성 워킹맘인 주예은을 만들어냈다. 그는 “연기가 처음이라서 늘 주예은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나의 과제였다”고 토로했다.
“작품의 대본도 좋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 작품에서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했죠. 제가 이 작품을 망치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 밖에 없었어요.”
오정연은 지난 6개월 간 ‘워킹맘 육아대디’를 함께 한 것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진행을 할 때와 달리 나 스스로의 감정을 온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배우들에게 주어진 재량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동안 감독님의 지시와 작가님이 써준 대사를 연기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행동이나 표정, 눈빛 등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두 배우의 재량이더라고요. 전 그동안 아나운서 혹은 진행자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왔었거든요. 그동안 창의적으로 살아본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이제 오정연은 이번 도전을 통해 방송인 겸 ‘신인 연기자’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그는 흥미롭게도 “다른 분야를 접하면서 그 덕에 10년 간 해 온 진행자라는 직업과 그 영역을 더욱 아끼게 됐다” 고 말했다.
“연기를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밤샘 촬영도 힘들고 않았고, 오히려 끝나가는 것이 아쉬웠어요. 다른 분야를 경험하니 진행이라는 영역도 제가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제게 기회가 온다면 절대 피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아직도 못 보여드린 부분이 많아요. 연기와 진행 양 쪽에서 ‘오정연은 개성이 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