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시규어로스, 소리는 시가 되고 무대는 그림이 되다

입력 2016-11-23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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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소리는 곧 아름다운 서사시가 됐고, 무대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아이슬란드의 보물’ 시규어로스(Sigur Rós)가 2016년 11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두 번째이자 3년 만의 내한 공연을 개최했다.

시규어로스에게 흔히 붙는 수식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밴드’이다. 그리고 시규어로스의 라이브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라이브에서의 다양한 조명 장치와 무대 영상까지 더해지면서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배가시켰고, 음악에 취해, 무대에 취해, 아득해지는 정신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비유도 은유도, 과장도 아니다. 시규어로스의 무대는 마치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따다 무대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연출로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일반적으로 무대 조명은 무대 위 모든 사람이 잘 보이도록 환하게 밝히기 마련이지만, 시규어로스의 무대는 끊임없는 퍼지는 스모크 효과 안에 핀 조명만으로 멤버들을 비추거나 백그라운드 조명을 통해 멤버들의 실루엣만 보여주는 등의 연출로 환상적이고 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지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런 가운데 곡의 하이라이트에 터져 나오는 사이키 조명은 그야말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고, 넋을 잃고 무대 위를 바라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환상적인 무대 연출도 아름다웠지만, 시규어로스의 아름다움의 본질은 당연히 음악이다.

먼 옛날 전설 속의 음악 같기도, 먼 미래 세계의 음악 같기도 한 독특하고 환상적인 사운드와 ‘몽환적’, ‘독특한’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모든 게 설명이 되지 않는 욘 쏘르 비르기손 (Jon Thor Birgisson)의 보컬이 결합된 시규어로스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물론 이 힘은 스튜디오 앨범을 스피커를 통해 들어도 느낄 수 있지만, 라이브에서 직접 귀로 듣는 건 역시 그 강도가 다르다.

세상에 없을 듯한 사운드에 맞춰 세상에 없을 듯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시규어로스의 라이브는 말로는 다 담아내기 힘든 전율로 다가왔다.

이날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인해 떨면서 들어온 공연장이었건만, 떨림은 공연장 안에서도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글로써 소리와 음악, 분위기 등 형태가 불분명한 대상을 표현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시규어로스와 같은 형용할 수 없는 음악을 하는 밴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자의 알량한 글 솜씨로는 이날 라이브를 다 전달하기 힘들지만, 이번이 아니더라도 시규어로스의 공연을 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덧붙이면,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할 공연’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시규어로스, 사진=현대카드


●이하 셋리스트

Óveður(오베르)
Starálfur(스타라울푸르)
Sæglópur(사이글로우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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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ka(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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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plagið(포프라기드)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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