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형 그랜저는 차체 강성 강화와 8단 자동 변속기의 적용을 통해 전반적인 가속감과 주행 안정감이 대폭 향상됐다. 특히 윈드 및 로드 노이즈 억제를 극대화해 기대 이상의 정숙성을 구현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3040세대 유혹하는 매력적 외관
차체 강화…안정성·정숙성 발군
시원한 가속·민첩한 핸들링도 굿
현대차 그랜저는 국산 고급 준대형 세단의 상징과 같은 차다. 30년 동안 6세대로 이어져오면서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40∼50대를 위한 차라는 이미지도 벗어나고 있다. 사전계약 현황을 보면 30∼40대 구매 비율이 7%나 높아졌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디젤, LPI로 나눠져 있는데 저유가와 디젤 이슈 때문에 가솔린 차량의 선택 비율이 높았다. 2.4모델이 42%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3.0 모델이 31%를 차지했다. 지난 25일 열린 시승행사에서 가솔린 3.0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풀옵션(가격 4505 만원) 모델을 시승했다.
● 젊어진 디자인, 3040에 어필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의 자존심이다. 다양한 수입 준대형 고급세단의 견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6세대 그랜저는 장점인 정숙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디자인 면에서는 30∼40세대를 흡수할 수 있도록 젊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개발 방향이었다.
실제 시승을 통해 만나본 신형 그랜저의 외관 디자인은 이전 세대보다 확실하게 더 매력적이었다. 현대차의 향후 프론트 디자인 전략인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과 독창적인 헤드램프 디자인, 곡선으로 빛나는 미래지향적인 리어램프 등은 전체적인 디자인을 한층 젊어보이게 한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의 첫 느낌은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내 디자인은 약간 아쉬웠다. 경쟁 모델인 기아차 K7 이 실내 디자인에 있어서는 더 정돈되고 세련된 느낌이다.
● 중·고속영역 가속력 탁월
준대형 세단은 기본적으로 정숙하고 안정감이 뛰어나야 한다. 수입 스포츠 세단처럼 엄청난 달리기 실력을 자랑할 필요는 없다. 중후하고 고급스럽게 달려주면 충분하다. 그런 측면에서 신형 그랜저의 주행 감성은 놀라웠다. 흔히 안정감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독일 세단들과 비교해도 주행 감성 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특히 정숙성은 발군이다. 시속 120km까지는 풍절음은 물론 로드 노이즈를 극도로 억제하고 있다. 그 이상으로 속도를 끌어올려 봐도 거슬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기본적인 하체 방음과 윈드 노이즈를 잡는 별도의 튜닝을 한 차량의 느낌과 같았다. 신형 그랜저는 윈드 노이즈를 잡기 위해 차음 유리를 확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주행 안정성과 정숙성이 높아진 원동력은 강화된 차체에 있다. 신형 그랜저는 차체 구조 간 결합력 강화를 위해 구조용 접착제를 9.8배 확대 적용했고, 충돌 시 승객실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핫스탬핑 적용 부품 수를 3배 늘렸다. 또한 차체 주요 부위 결합 구조 및 내구 성능 강화 등을 통해 차체 비틀림 강성을 23.2%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차량의 강도는 34% 이상 향상됐다.
차체 강성 강화의 효과는 고속 주행 및 코너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직선 도로에서 한계 속도로 차를 몰아붙여도 불안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또 국도의 와인딩 로드에서 거칠게 코너링을 시도해도 허둥대지 않고 매끄럽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요철을 지날 때의 충격이나, 지나고 나서의 여진감도 확연하게 개선된 느낌이다. 가속 페달의 감각도 즉각적이다. 3.0 가솔린 엔진이라면 당연한 정도의 가속감이지만, 이전 세대보다 추월 가속을 할 때와 급가속을 할 때 속도를 컨트롤하는 것이 훨씬 편안해졌다. 토크 응답성이 개선됐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스티어링의 직결감을 개선하고, 조타 정밀도와 응답성을 향상시킨 덕분에 스티어링휠의 조향 감각도 한결 만족스럽다. 기존 세대의 그랜저 핸들링이 그저 부드러웠다면, 신형 그랜저의 조향 감각은 보다 직관적이고 민첩하다. 특히 고속 코너링에서의 바디롤이 한층 억제된 느낌이어서 전반적인 주행이 쾌적하게 느껴졌다. 브레이크 답력감을 개선하고 후륜 브레이크 사이즈를 늘려 제동 성능도 향상됐다.
연비는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에는 12km 수준, 스포츠모드로 펀 드라이빙을 할 때는 9∼10km 사이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성능을 고려하자면 3.0 가솔린 모델로서는 크게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연비다.
홍천(강원)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