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③] ‘배틀트립’ PD “‘우결’ ‘슈퍼맨’과 달라야하지만 장수프로되길...”

입력 2016-12-09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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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트립’ PD “‘우결’ ‘슈퍼맨’과 달라야하지만 장수프로되길...”

KBS2 ‘배틀트립’ 첫 회의 강렬함을 잊을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청계천을 설민석 역사 강사가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장소임을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다. 1회 설민석과 비스트 윤두준이 함께한 투어는 서울에 녹아있는 역사 현장의 교과서였다. ‘배틀트립’이 지난 3일기준 30회까지 방송됐다.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했고 SNS를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전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배틀트립’이 점점 먹방 프로그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배틀트립’ 손지원PD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이 처한 딜레마를 이야기했다.

“‘배틀트립’은 여행기를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요. 그렇다보니 다른 프로그램이 해야하는 영역을 침범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죠. 예를 들어 MC 이휘재와 서언-서준 쌍둥이들이 함께 여행가는 걸 기획했어요. 그건 KBS2 ‘슈퍼맨’과 겹치죠. 또 늘 남녀 혼성 여행을 생각하긴 하지만 MBC ‘우리결혼했어요’와는 또 달라야해요. 다른 프로그램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다보니 제작하지 못하는 테마가 있습니다.”

손지원PD는 “시청자들의 폭넓은 취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생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데에는 신선함이 중요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커지려면 보편적인 기대치를 충족시켜야하더라고요. 설민석 선생님 편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어떤 시청자에게는 ‘배틀트립’이 여행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교양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역사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라면 봐야할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다양한 취향, 연령대의 시청층을 고려해야하니 프로그램이 생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하는 게 있더라고요. 결국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죠.”

마지막으로 손지원PD는 ‘배틀트립’의 장수를 기원하며 시청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손PD는 “예전에 서경덕 교수가 ‘국민 소득에 따라 먹방, 여행 프로그램이 대세가 된다’고 말했다. 여행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하는 분야라는 것”이라며 “다행인 건 ‘배틀트립’이 방송된 후 리얼 여행프로그램이 아닌 테마가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먹방, 쿡방처럼 수요가 있는 한 ‘배틀트립’의 생명력도 길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SNS 인증 문화가 없었다면 ‘배틀트립’ 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제작되기 힘들었을 거예요. 지금은 휴대전화 지도 앱만으로도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잖아요. 장비도 간편해졌고요. 마찬가지로 ‘배틀트립’ 시청자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보면서 간접경험, 대리만족하거나 우리가 보여드린 대로 여행을 떠나서 행복했다고 인증해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가봤던 여행지를 방송을 통해 보면서 추억하면서 즐거워해주시는 것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챙겨보는 가이드 방송이 되는 것도 제작진 입장에선 감사하고요. ‘걸어서 세계 속으로’처럼 오래 오래 방송되는 ‘배틀트립’이 되면 좋겠습니다. (웃음)”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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