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4년 총액 95억원을 투자해 차우찬을 품에 안았다. 차우찬 역시 역대 FA 투수 최고액으로 화려하게 LG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그러나 서전의 확실한 승자는 LG다. LG는 14일 차우찬과 4년 총액 95억원(계약금 55억원·연봉 10억원)에 계약했다. 차우찬은 “삼성에서 마지막까지 좋은 제안을 해줬다. 팬들의 성원을 잊지 않겠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에 입단해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 팀의 세대교체에 큰 성과를 올린 LG는 우승권에 도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LG는 2009년 정성훈, 이진영을 외부 FA시장에서 영입한 후 사실상 대형 FA시장에 참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정상호와 계약이 6년 만에 외부 FA계약이었다.
그동안 KBO리그에는 ‘LG가 모기업 오너일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2011년 KBO 총재로 취임한 이후 FA시장질서에 영향을 주는 영입경쟁을 자제한다’는 말이 돌았다. LG도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LG는 올 시즌부터 현장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구단 정책을 바꿨다. 차우찬을 역대 투수 최고액 계약으로 영입한 것도 양상문 감독의 우승 도전을 뒷받침하는 큰 결단으로 해석된다.
차우찬. 스포츠동아DB
그 과정에서 LG와 삼성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선공은 삼성이 했다. 11월 11일 FA시장이 공식 개장하자 첫 날 우규민에게 영입을 제안했다. LG도 우규민에게 거액을 제안했지만 삼성이 예상을 뛰어넘는 4년 총액 65억원을 제안해 5일 계약에 합의했다.
우규민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이 군 복무 후 내년 시즌 합류하는 LG는 우규민과 협상을 이어가며 차우찬 영입에 공을 들였다. 특히 해외리그 도전을 존중하며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자세로 호감을 얻었다. 올 시즌 땅볼과 뜬공의 비율이 0.95(146/154개)인 차우찬은 외야가 드넓은 잠실구장에 강점이 있는 투수다.
LG와 차우찬이 사실상 입단 협의에 들어간 시점에 삼성은 과감한 결단으로 100억 원 이상을 제안한다. 2년 후 해외리그 재도전 승낙이라는 카드도 꺼냈다.
그러나 차우찬의 마음은 이미 LG로 기울었다. 합의된 95억원은 구단 발표액수로 삼성이 제안한 100억 원 이상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 그러나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자금력에서 절대 뒤지지 않았던 삼성이 지난해 박석민(NC·97억원)에 이어 올해 최형우(KIA·100억원) 그리고 팀 에이스인 차우찬까지 잔류계약에 실패했다. 특히 삼성은 1980년대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다퉜던 KIA, 그리고 전통의 라이벌 LG에 핵심 선수를 빼앗겨 자존심을 구겼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